로마 가톨릭교회의 두드러진 특성 가운데 하나를 꼽는다면「통일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통일성」이란 용어는 참 좋은 것이지만 자칫 획일주의의 부산물로 취급되다보면 형편없는 용어로 돌변하기가 일쑤이기도 하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 용어는 일치를 이룩하는데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가톨릭교회의 통일성은 내면적으로는 일치성의 전제하에 강조되고 있다고 보여지는데 특히 미사를 비롯한 각종 성사 전례에 있어 순서, 진행방법 등 외형적인 의식절차의 통일성에서 교회공동체 구성원들은 진한 일치감을 느끼곤 한다.
이러한 전례 의식에 있어서의 연대적인 일치감은 1984년 교황 요한바 오로 2세 방한시 미사집전 등을 통해 더욱더 실감나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통일성 문제에 있어 교회용어의 통일이 이루어지지 못해 혼란을 겪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용어상 약간의 혼란이 그 근본적인 질서를 파괴하거나 이로인해 눈에 보이는 피해가 현저히 드러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쉽게 통일성을 기할 수 있는 작은 부분에서 통일성을 유지하지 못하고서야 어찌 큰일에 있어 통일성을 구할 수 있겠는가.
개신교와의 소위 교회일치운동에 있어서 20여년 동안 별진전이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용어의 통일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데서부터 출발한다고 생각된다.
가톨릭이나 개신교를 막론하고 믿음의 대상은 똑같은 분이시다. 그런데 이분을 가톨릭에서는「하느님」, 개신교에서는「하나님」이라고 호칭한다.
이 용어는 불과 토씨 하나의 차이에 불과한 외형적으로는 극히 미소한 차이이지만 한국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의 믿음의 대상이 다르지 않는가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로 근본적인 문제 제기의 요소가 되고 있다.
「하느님」과「하나님」은 각기 사용하는 주최에서 그 당위성을 나름대로 주장하고 있으나 그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이 용어가 통일성을 기하지 못해 교회 일치의 크나큰 장애요소로 상존한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용어는 물론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용어의 통일성을 이룩하지 못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괴리감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한국가톨릭은 제2차「바티깐」공의회 후 새로운 교회용어를 적절히 수용하는 한편 기존용어를 개정하기 위해 1965년 6월 주교회의에서「공용어 심위원회」를 구성, 세례명의 전면 개정을 비롯 용어의 통일성을 기하는데 많은 기여를 해왔다.
그러나 공용어 심의위원회를 거쳐 확정된 용어들이 아직까지도 개인적인 애착이나 습관때문에 고쳐지지 못하고 있어 계속해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물론 이러한 이중적으로 혼용되고 있는 용어들은 계속해서「신구 용어 대조표」등의 자료를 통해 교육되고 있기 때문에 얼마나 지난 후에는 교육을 담당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 중에도 일부가 구용어에 집착하거나 또는 용어 통일성에 등한하는 경우가 있어 통일성 유지에는 상당한 기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교구청내 직제명칭 가운데「부교구장」이라는 용어와「총대리」라는 용어는 최근에 혼란을 보이고 있는 용어 가운데 하나이다.
현재 친숙해져 있는「총대리」라는 직책명은 그 이전에는「부주교」또는「부교구장」으로 불리어졌었다. 「총대리」라는 용어가 보편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을 때에도 몇몇 교구에서는「부교구장」으로 호칭되면서 이 두 용어가 혼용돼 왔었다.
「전국 총대리 회의」라는 단체가 수년전 결성되면서「총대리」가「부교구장」을 압도하는 듯 했으나 지난해 주교회의 추계 정기총회는 교회법 위원회 자문에 따라「총대리 회의」를「부교구장회의」로 개칭, 다시「부교구장」이「총대리」를 압도하게 됐다.
그러나「부교구장」이「총대리」를 압도하기 전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돼야 할 것이며 이 기간 중 혼용으로 겪는 불편 또한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1985년판 성청연감은 새 교회 법전을 적용, 성청의 기관과 단체에 대부분 들어있는「聖」(Sacred)자를 삭제한바 있다. 「聖」자 삭제에 대해 성원장을 역임한 로잘리오 까스띨로라라 위원장은 『너무 남발되어 새 교회 법전에서 삭제했다』면서 『그러나 교회, 교황, 교황청 등의 명칭에는「聖」자가 계속 사용된다』고 밝혔었다.
그런데 아직도 한국에서는 성청의 각성(省 )명칭을 삭제하기 이전에 사용하던 성성(聖省)으로 공식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인류 복음화화성」보다는「인류 복음화성성」이「신앙 교리성」보다는「신앙교리성성」이 우리에게 친숙하고 익숙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편의에 집착하다 보면 통일성은 금이 가게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공용어심의위원회」는 1978년 주교회의 춘계 정기총회에서「교구경제조정위원회」와 함께 폐지됐는데, 오늘의 싯점에서 볼 때 공용어심의 기능을 담당할 위원회 신설이나 그 대체기능 부활에 대한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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