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8월 아프리카 북부 케냐의 수도「나이로비」에서 열렸던 세계 성체대회는 전 세계 가톨릭신자들에게「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미사도중 간간히 울려 퍼지는 아프리카특유의 북소리, 半裸에 가까운 원주민들의 현란한 춤과 노래. 미사는 으례히 엄숙하고 장엄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이방인들의 눈에는 너무도 놀라운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당시 현장을 다녀왔던 한국 신자들은 한결같이 『충격적 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그 놀라움과 충격은 미사성제가 아프리카 식으로 무속화 돼 버렸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은 아니었다. 『어쩌면 저렇게 복음과 전통문화가 잘 접맥될 수 있는가』라는 경탄에서 비롯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복음과 전통 문화와의 만남 그 말은 곧「토착화」라는 용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케냐의 신자들이 보여주었던 춤과 노래만으로 토착화를 운운할 수는 없다. 허나 89년 서울 세계 성체대회를 불과 2년 앞둔 시점에서 그들의 춤과 노래가 한국교회에 시사하는 바는 자못 클 수 밖에 없다.
지난 3월 26일 한국천주교 중앙협의회 강당에서는 한국교회 토착화를 전망해 보는 뜻 깊은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토착화 심포지움은 지금까지 2백주년 기념을 전후, 교회일각에서 부분적으로 마련돼 왔던 각종 토착화 논의와는 달리 주교단 전원이 참석한 만큼 그 비중이 무척 높게 평가됐으며, 발표내용 또한 충실, 앞으로 교회 내 토착화 연구의 참고서가 될 것으로 전망되기도 했다.
『2백주년 기념 사목회의 의안내용을 활성화 해야 한다』『토착화 전문연구기관을 설립해야 한다』『먼저 우리의 것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4시간에 달하는 토론이 무척 짧게 느껴졌던 이날 심포지움. 반성도 많았고 요구도 많았던 자리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발제강사의 한마디가 뚜렷이 머리에 남는 자리였다.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하려는 타성은 교회를 침체상태에 빠뜨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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