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백편이 넘는 응모가운데 예선에 오른 작품이 20편. 다시 20편을 조심스럽게 숙의한끝에 5편을 골라 내였다.
모두 제 나름으로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역력했고 따라서 저마다의장단점을 고루 갖고 있었으므로 모두당선의 영광을 주고 싶었던게 선자의 심정이기도 했다.
가령 육근상씨의 (태엽을 감으며 외 9편)작품은 몸에 배인 문학성의 풍부한 재치는 크게 살만하나 작품의 주제가 흐리고 표현의 기법이 정돈되지 않은 점이 지적 되었다.
문학은 일단 새로움의 도전으로 출발될 때 그 목소리에 시선을 돌리게 된다고 볼 때 지나친 말의 치장과 관념은 오히려 작품을 허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었으므로 아쉽게 3등에 머물렀다.
김요한의(돌을 고르며 외29편) 작품은 그 많은 작품이 하나라고 축 쳐지는 느낌 없이 전체적으로 고른 솜씨를 보여주는 수작이었다.
사회의 황페함과 인간의 절망, 내적수난을 극복하며 살아내는 인간의 참 세계를 멍울이 없는, 확 풀어진 시상으로 진실한 세계를 감도 있게 만들어 보이는 점이 주목을 끌었다.
사물을 보는 감각의 첨예함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작품하나하나가 대체로 너무 소품에 안주하고 있는 느낌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해서<돌을 고르며><영성체송><내 영혼이><개울물을 보며>4편을 합쳐 하나의 연작으로 묶어 최우수작으로 정하기로 하였다.
당선작인 윤봉한의<살틔마을에서 외 5편>작품은 6편은 각각 같은 제목에서 다른 부제를 부친 것으로 전체적으로 시적 긴장감을 고조시켜주는 우수작이었다.
박해를 피해 천주교도들이 숨어 옹기를 굽던 살티마을을 주제로 끌어나간 이 작품은 다분히 안으로 신앙적인 모티브를 깔고는 있지만 결코 그것을 분내음처럼 밖으로 애써 나타내지 않고 인간삶의 근원적인 모습에 초점을 맞추어 서정적이면서 내면적 깊이까지를 무리 없이 끌어내는 솜씨가 뒷날의 창작에도 별 불안이 없을듯하여 당선작으로 내세우는데 합의를 보았다.
묘사에 머물기 쉽고 사변으로 흐를 위험성이농후한 주제를 가지고 진지한 세계를 열어 보이는 역량에 앞으로 기대를 모아볼 작정이다.
다만 한편 한편에 너무 쉽게 붓을 놓지 말고 더 끈덕지게 시상을 괴롭게 기다리는 인내를 부탁하며 축하를 보낸다.
정명회 송은명씨도 더 전진하여 다음 행운을 잡기바라며 이 심사는 이해인 수녀님의 뜻에 필자의 동의를 함께하여 이루어졌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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