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요, 내 큰 탓이로소이다』매 미사 때마다 우리는 가슴을 치며 되뇌곤한다. 하느님께 대한 봉헌과 감사의 제사인 미사인 만큼, 이 대목은 미사에 임하는 신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으로 요청되는 자세일 것이다.
여기『내 탓이로소이다』라는 말은 자학의 표현은 결코 아니다. 포기나 절망의 외침은 더욱 더 아니다. 절절히 끓어 오르는 자신의 한계성에 대한 안타까움의 함축적인 표현이다. 이말은 인간의 자기자신에 대한 적나라한 고백이며 자신에 대한 깨달음의 감탄이다.
더 나아가 이 말은 하느님께 대한 전적인 신뢰와 희망안에서 말해질수 있으며 그 안에서만 진실로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관대한 용서가 가능하게 되는 생명의 말이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부족하고 허물투성이의 나를 인정할 때 다른이들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며 그때에야 새롭게 성숙된 삶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올바로 인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 처음으로 내 자신을 용서했던 일을 기억한다면, 학창시절 학기말고사 첫날 시험과목에서 기대했던 점수를 받지 못했을 때다. 그 중요한 한주간의 시험 첫날에 제일 자신있던 과목에서 낭패감은 매우 컸다. 그 시험기간 내내 그런 감정에서 헤어날 것 같지 않았다.
그때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슴 아프지만 현실을 인정하고、그리고 이러한 실수를 저지른 나를 용서하자고 담담한 마음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다시 이런 일은 없으리라 다짐을 하며 다음 시험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이런 하찮은 기억은 그 뒤로 이따금 잘못을 범할 때마다 그것을 계속 가슴아파하고 그 잘못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그 잘못을 인정하고 담담히 만회하려는 노력을 하게 해 주었다. 이러한 노력에 가장 중요한 도움은 일기와 메모였다. 적음으로써 현실감을 쉽게 찾을수 있었고, 자신이 정리 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님의 백성이 되기 위해서는 이 사회의 당면한 모든 문제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가장 먼저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는 모두『내 탓이로소이다』하며 스스로의 가슴을 쳐야 할 것이다.
주여! 우리가 우리의 가슴을 칠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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