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빨간 능금이 아쉬운 홍조빛 여운을 남기고 사라져 갈 때,
그곳에서 흐르는 향기로운 당신의 모습을 느낍니다.
당신이 살포시 내미신 싱그러운 과일을 담담히 받지 못하는 부끄러움과 아쉬움에 스스로의 나약함을 채찍질해 봅니다.
그러나, 퇴색해 버린 진실,
콘크리트 구석에 처박혀 파열된 사랑 조각과 함께 까맣게 얼룩진 나의 마음은 푸른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오로지 당신의 이름만을 힘없이 불러봅니다.
아직도 나의 가슴 속에 꽃이 자랄 수 있는 추호의 여유가 있다면,
언제든지, 빛과 물을 부어 주실 당신임을 알기에 부끄러이 당신 앞에 나아가 무릎을 끓습니다.
그리고, 당신 앞에서 토해 낸 이슬 방울이 모두 사라질 때,
당신이 내미신 과일을 가슴깊이 부드럽게 소화하고 당신의 향기가 새겨진 저녁 노을을 보며 소박하게 웃어 보겠읍니다.
붉은 노을에 젖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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