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부터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해외여행자의 수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폭주하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는 공급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게 되자, 종래 치안본부에서 관장해오던 신원조회 업무를 4월부터는 각 시ㆍ도에 이관하고 소양교육도 반공연맹에서 해외관광공사로 이양되는 모양이다.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 국민이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이 여간 다행스럽고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국력이 신장되었다는 표시이고 국민 개개인의 경제적 여건이 향상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또 한편으로는 과거 집권자들이 상투적으로 남북분단 된 상황에서 외국에 나가 북측 사람들과 만나 혹시 잘못되지나 않을까 하는 과도한 노파심(?)에서 해외여행을 최대한 억제해온 것을 생각하면 더더욱 자유스러움과 만족감마저도 느끼게 된다.
그러나 해외여행이 자유화되면서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하나는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 문제이고 또 하나는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의 문제이다.
먼저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사람들의 주류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상의 이유를 손꼽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자기의 건강이 허락치 않아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은 그래도 괜찮은 편이다. 건강이 회복되면 원하는 때 언제라도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희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아무리 해외여행을 하고 싶어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할 수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해외여행 자유화는 시기상조이며 사치요 낭비로 보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의 심화에서 초래되는 소외감과 이질감, 나아가서는 그로 인한 여러가지 사회적 문제들의 발생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의 부의 축적이 그들의 눈에는 과연 정당하고 합당한 것인가의 분별이 선명치 않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에 있어서 가진 사람은 자신의 가진 바에 대한 츨처를 곰곰히 생각해야 할 것이고,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처지도 동시에 이해하고 그들과 동참하는 마음가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 들어 시중은행이나 계모임 등에서 해외여행을 하기 위한 적금이나 모금 등이 성행하고 있음은 고무적이고 바람직한 일로 느껴진다. 대략 4~5년 혹은 2~3년 단위로 생활비와 용돈을 아끼고 절약해 여행경비를 마련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흐뭇한 느낌이다. 그만큼 해외여행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느껴 몇 년 기간을 두고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해외여행이 값어치 있고 소중한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이러한 해외여행자들의 급증과 더불어 국내에는 수많은 여행사들이 생겨나면서 과열경쟁을 빚고 있어 이 또한 문제꺼리가 아닐 수 없다. 비슷한 일정에 비슷한 여행코스를 놓고 가격차이가 많이나는가 하면 국내에서 선전한 내용과 외국에 나가서 약속이 틀리는 소위 덤핑, 바가지, 사기성 바겐세일로 여행자들이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적지 않은 듯하다. 여행사들의 과열경쟁으로 인한 여러가지 부작용이나 문제점들은 정부 차원에서 정비해 나가야 할 일이지만 여행자들의 편에서도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여행사를 선택할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다음으로는 해외여행자들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한국인 여행자들의 특징을 보면 첫째 소란스럽고 둘째 성급하고 셋째 물건사기에 바쁘고 넷째 매너가 좋지않다는 등의 소문이 나 있다. 이런 좋지 못한 평판은 한국인들의 여행문화가 거의 전무하거나 이제부터 막 시작되는 형편이어서 세월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하지만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가까운 일본이나 대만의 여행자들도 초창기에는 꼭 같은 전철은 밟았다고 자위자족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잘못을 보고 우리는 같은 잘못을 되풀이해서도 안되겠지만 따라갈 이유는 더더욱 없는 것이다.
위에 열거한 한국인 여행자들의 좋지못한 평판은 여행문화의 부재나 결핍도 지적되지만, 더욱 근본적인 원인은 일상생활이나 사고방식의 차이나 잘못이 더 크게 지적되어야 하리라 본다.
제일 중요한 것은 우선 남에게 피해나 부담을 주는 말이나 행동을 절제할 줄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이 못 알아들을 줄 알고 한국말로 욕을 했더니 상대방이 한국말로 응답을 했다거나, 호텔방에서 화투놀이나 술을 마시며 큰소리로 떠들고 노래부르다 쫓겨났다는 얘기, 그리고 호텔 베란다에서 아래로 소변을 보다 발각돼 망신을 당하고 쫓겨났다는 얘기는 평소 남에 대한 예의나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습관이 몸에 베어있
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서나 큰소리로 떠들고 차례로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예사로 하며, 식당에 앉자마자 음식을 가져오지 않는다고 「빨리!빨리!」를 연발하고, 음식이 나오기가 무섭게 순식간에 먹어치워버리는 등의 잘못된 습관은 외국에 나가기 전에 고쳐야 한다.
한국인들의 급한 성미를 이미 알고 있는 동남아나 유럽의 음식점들은 아예 후식(後食)은 준비를 하지 않는단다. 이유는 밥술가락만 놓고 나면 모두가 밖으로 나가버리고 사람이 없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증명사진 찍고 물건사기에 바쁜 여행스타일도 바뀌어져야 할 것이다.
해외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세계에 대한 학습이라는 측면에서, 또한 성지순례라면 순례의 목적에 걸맞게 사전부터 준비하고 현장에서는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성과 인내가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결국 해외여행이 적지않은 아까운 돈쓰기에 그친다면, 애초 가지않는 것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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