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30분. 순례길을 떠나는 나의 맘은 언제부턴지 모를 조그만 성녀에 대한 욕심이 싹트고 있었다.
굽이굽이 산을 올라 울창한 숲과 물소리를 들으며 문득 초막을 지어 주님과 살면 좋겠다던 베드로사도의 말씀이 내 가슴에 와 닿았다. 믿음의 힘, 그야말로 반석 같은 믿음을 체험하며 그렇게 살아보기를 다짐했다.
깊고 깊은 산속에 밤을 지새워 도망 다니며 믿음과 예수님 때문에 박해 당한 옛 선조들의 훌륭한 신앙증거는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한 우리들의 강한 유산이었다.
예수님사랑과 하늘, 내세에 대한 강한 믿음은 밤의 무서움도 어떤 무서운 병기도 인간의 잔악한 채찍질도 이길 수 있는 강한 믿는 자들의 진주라 생각했다. 까만 밤의 숲속을 헤매며 도망해야했던 선조들은 과연 누구 때문이었겠는가를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주님을 가슴에 품고 오직 사랑 때문에 자신을 버리며 한번 영성체하기를 그렇게도 갈망하며 산속과 가시밭길을 헤매야 했던 거룩하고 숭고한 옛 선조들의 믿음과 정열을 내 가슴속 깊이 채웠다.
신부님을 모시고 생활하는 저희들은 얼마나 복된 삶인가를 생각하며 모든게 그 시대와는 전혀 대조적이나 신앙인, 믿음과 사랑의 맘은 그때 선조들과 지금 우리들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내적인 투쟁, 유일한 폭력인 자신과의 싸움은 비록 현세의 조건이 우리들을 편하고 안일하게 만들고 있으나 믿음에 대한 마음만은 선조들의 마음과 저희들의 마음이 일치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박해는 없을지언정… 내적으로 싸워야하는 강한 혈전은 매일매일 치루지 않으면 안 될 크나큰 박해가 아닐까 생각했다. 철저한 믿음과 관덕 만을 생각하는 사랑과, 우리 안에, 우리의 모드를 살펴보시고 당신을 내안에 모시고 오직 십자가의 수난만으로 살며 예수님의 사랑만으로 살며 말씀에 오로지 순명하여 천국에서 옛 순교성인성녀들을 만나서 한 대열에 들 수 있는 믿음을 구하며 비록 물질문화가 발달된 현시대이나 그때와 지금의 주님모습은 조금도 변함이 없을 것임을 생각하며 다시금 생활을 정리하고 신앙에 대한 철저한, 자신을 부수어가며 세상에서 하직할 그 시간까지 주님말씀대로 살기를 굳게 다짐했다.
우메리플<삼랑진 오순절평화의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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