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부드러운 파도, 바람과 빛과 만나서 풀잎처럼 여리고 아마릴리스처럼 활짝 펴고 다가오는 그리움처럼,
때로는 사랑을 지우고 허무를 지우고 하얗게 떼를 지어 한쪽으로 만 한쪽으로 만 몰려 가슴 언저리까지 밀려오는 바다.
흰 새처럼 물새처럼 날아가고 싶은 아늑한 對岸,
다리를 뻗으며 길게 누운 모래사장, 모래비늘 속에 비껴 타오르는 여름의 불덩이를
파도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여름의 물 비낀 소리, 그 소리를 들오며 모래성을 쌓고 토라지던 소꿉동무들의 생각들
어릴적 오손 도손 조막손으로 쌓던 모래 터널, 여름의 들끓는 바다.
이 대자연의 生動을 어찌 그릴 수 있을가.
황홀한 설레임과 들끓는 그 여름바다.
이 여름을 식히고 더위를 피하는 나의 납량 피서는 日沒의 바다를 상상하고 그리는데 있다.
日沒의 바다에 젖으며 주관적인 감정으로 채색되어 무늬져 오는 상상의 바다.
저녁 텅 빈 바다, 낙조로 물들어 가는 바다는 마치 희고 눈부신 커다란 성모님의 손일까.
바다에 서면 설레임도 아픔도 삶의 고뇌도 모다 가셔 내는 듯한 묵상하는 바다이기 때문일까.
해 돋는 바다가 현란한 生成의 의미를 지닌다면 해지는 바다는 아픔과 고적을 안으로 안으로만 다스리는 내면의 바다일까?
해지는 바다는 자연의 順理에 따라 내 마음 작아지는 조약돌이 되어 거리낌 없이 이리 딩굴, 저리 딩굴 생각나는 대로 전전반측 딩굴고 싶다.
스러져 가는 것들이 저리도 아름답게 빛나는 것일까
마치 삶의 종언처럼 저렇듯 아름답게 스러져가는 빛을 지키듯 일몰의 바다란 신앙심 깊은 신자의 은은한 기도와 묵상을 드리는 모습일까?
일몰의 바다를 보며 기도를 드리자. 나를 가르치는 바다. 나를 쉬게 하는 바다. 더위를 잊게 하는 日沒의바다.
日沒의 바다를 그리며 더위를 잊는다. 파도소리,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잊으라한다. 세상잡사를 잊으라한다.
일몰의 바다를 보면 더위는 아랑곳없이 망각의 여신 레테와도 같이 사라지는 것이다.
섬유질과 같은 여린 心性을 흘러 보내고 싶다. 이 망각의 바다 일몰의 바다에 젖으며 흘러내리는 잉크물 같은 진한 바다여
해 지는 바다를 보며 새롭게 창조되는 빛을 본다.
죽음을 자각하는 자만이 참된 삶을 깨닫고 기도와 묵상에 몰두한 사람만이 신앙의 참된 느낌을 얻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앓는 밤의 출렁거리는 밤바다 물결이여 첫사랑의 아픔과도 같이…
무심한 파도소리를 들으며 찢긴 상흔의 편린들이 저녁 종소리가 되어 다시 돌아온다.
日沒의 바다를 그리며 물새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새가되어 더위를 잊을 것이다.
네 슬픈 고통/네 차가운 슬픔/나의 눈시울에 고이는 바다/가장 낮은 목소리/가장 낮은 목소리의 빗살처럼/마른물푸레 잎 새처럼 흔들리는/우는 물새를 만나/새파란 바다의 아침 눈을 뜨게 하고/이별 꽃 아프게 물고 가는/눈물의 새/바다 물새여/바다에 가서 묻혀라/한마디 바다의 노래/바다 線을 따라/그 흔들림에 울고 가는/물새여/파란하늘 바라보며/파란 물새가 되어/파란 선을 따라/만남 꽃 찾아/눈물 꽃 찾아/네 소망 뿌려 두고/혼자 돌아가게 하라/바다 별 바라보며/내 가슴에 혼자 묻히게 하라/파도 꽃에 파묻혀 바다에 묻혀 울게 하라/
<拙作 「물새」의 전편>
바다 이미지란 나에게 원초적 생명감을 던져 주는 이미지다.
이끌려 가는 고뇌의 것들을 버리고 허우적이는 영혼의 들뜸도 버리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픔을 참고 더위를 잊자.
더위를 잊고 참는 것이란 내면적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 아닐까.
일몰의 바다를 그리며 물새가 되어 훨훨 가벼운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마음을 열고 해지는 물상들을 바라보며 손에 묵주를 들고 신앙의 깊은 마음속에 더위를 잊자.
낙조로 물들어 가는 자연의 섭리 앞에 고뇌 안에 싹트는 구원과 절말 속에 다가오는 희망과 성모님의 깊은 은혜로움과 감사로 소중한 묵주기도를 올리며 日沒의바다물결을 지우며 그리며 연연한 서러움같이 그리움같이 산다는 그것처럼 출렁이고 소멸하는 일몰의 바다를 그리며 여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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