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통일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면서 민족통일과 남북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방안을 제시하는 선에서 통일논의는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남북 간의 접촉은 국민적인 협의의 기반위에서 해야 할 것이다.
지금 일부 대학생들의 8ㆍ15남북학생회담 강행추진을 초점으로 심상치 않은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국회 통일특위의 공청회는 학생들이 정부의 주선 없이 북한 학생들과 만나 정치군사문제까지 논의하는 것이 좋은가 좋지 않은가를 놓고 대립을 나타냈으며 그뿐 아니라 통일추진의 주제를 싸고 대립을 보이고 있다.
통일논의는 정부 여당만의 전유물이 아니고 그렇다고 여야정치권에서만 독점할 수도 없다. 국민전체의 합의에 의한 통일론만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정부가 당장 할 일은 국민 각계층의 통일논의를 효과적으로 수렴하여 국민적 합의에 의한 통일정책을 세우는 것이다.
또한 대학생은 연령적으로나 법적으로나 사리판단력을 가지고 문제해결의 주체로 나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순수와 열정의 정당성에만 매몰되어 기성세대와 정부의 권위를 부정하는 학생들은 한 운동의 주체가 될 수는 있으나 한 나라와 민족전체의 주체일 수는 없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통일논의의 주제는 국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나 국회는 국민들의 통일논의를 확산시켜 국민적 합의를 수렴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또 일부 학생들의 북한에 대한 인식은 북한사회에 대한 사실인식에 기초하고 있다기 보다 추상화된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저해할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건실한 통일논의를 활성화하기 보다는 오히려 통일논의 자체를 이데올로기적인 논쟁으로 환원시킬 위험성이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통일논의는 통일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은 상태가 아닌가한다. 북한의 책동에 맞장구를 치는 어리석음은 단호히 배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지금까지의 통일논의는 남북통일을 위한 체계적, 합리적인 논의가 아니라 감정의 분출로서 통일논의의 발전을 방해하는 논의가 많았다.
학생들의 8ㆍ15남북학생회담 주장 속에는 남북학생교류문제 외에도 올림픽남북공동개최라는 국제올림픽위원회 헌장에 어긋나는 주장도 담겨있다. 방대한 준비 작업량으로 봐서도 시간적으로 이미 불가능하게 된 문제를 가지고 그것이 남북통일추진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한 사이의 통일추진과 민족적 일체감의 회복을 위해 시급한 것은 학생들의 남북순례행진이나 스포츠경기가 아니다. 물론 이는 남북한 관계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보다 시급한 것은 천만이산가족의 재회나 남북한 간의 교역, 경제협력의 실현이다.
학생들은 통일문제를 국민들과 정치인들에게 맡기고 시국을 지켜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학원으로 돌아가 통일문제와 그를 둘러싼 수많은 요소들을 사실에 기초하여 학문적으로 자유롭게 토론하고 미래의 나라주인으로서 역량을 쌓아가기를 바라는 것이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통일문제의 경과라는 사실에 비추어, 또한 조국통일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의미를 생각하여 통일추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지금무엇을 할 것인가를 체계적으로 명백히 밝히는 일이 중요한 것이다.
민족통일 달성을 위해서는 과학적 인식과 과학적 방법론이 정립돼야 하는 것이다. 통일의 연구가 사회과학의 영역으로서 정립되려면 과학적 방법에 의지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의 통일학교가 잇따라 개설되고 있으나 실은 남북 간에 현존하는 엄연한 분당현실과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적 문제들에 대한 보다 진지한 접근태도가 미흡한 채 감상적인 통일론이 무성했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학생들은 민족통일의 과학화를 기하여 구체적으로 조국통일에 기여하지 않는 통일논의를 정리하고 지양하며 바람직한 통일을 추구하기위해 원칙을 국민적인공통인식으로 확립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 통일논의는 종교계나 학원에서 논의를 시작하여 여야당에 의한 토론회가 개최되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교회도 통일사목연구소를 개설하여 민족통일과 북한선교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한국 교회는 통일논의가 역사 안에서 실현되는 그리스도의 구원사업의 하나이며 하느님의 지배 주권은 그 힘에 복종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일을 제공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결단으로 통일논의에 대한 책임을 완수토록 하여야 할 것이다. 민족의 통일이야말로 복음 선교의 유일한 길이다.
통일에의 미래의 희망을 성서의 메시지에 비추어서 해석하면서 통일이라는 민족사적 세계사적 과제를 구세사의 맥락에서 제시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통일의 문제를 우리 민족에 자리하는 그리스도의 사건에서 규명하여야하겠다. 그리스도 예수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열며 모두를 하나로 통일토록 귀일시키는 민족의 중심일 수 있다.
가톨릭인이 통일의 방법론을 생각할 때 그것은 어디까지나 복음적이어야 한다. 복음적 입장을 벗어날 때 우리의 통일방법은 정지적 현실론에 빠져들기 마련이다.
통일논의는 무엇보다 먼저 회심 즉 메타노이아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는 회심을 권고하는 것이 예언자들의 설교 주제의 하나였음을 상기하여야한다. 참된 통일은 내적 회심 없이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성급한 통일논의에 앞서 민족주의의 내용을 과거의 분단 지향적인 것으로부터 통일 지향적인 것에로 새로이 정립해야할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 땅의 남북통일 문제는 하느님의 구원계획 안에서 깊이 배려되어야한다. 교회는 분단의 역사, 통일의 역사를 구원의 역사로서 사목적 선교적 신학적으로 다루어야 할 책임이 있다.
가톨릭농민회는 농민과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조국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남북농민회담의 개최를 8일 북한측에 제안했다고 한다. 가톨릭농민회와 정부도 대화의 통일의 길을 모색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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