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년 순례성당이 매주 많은 신자들로 초만원이다. 의자는 커녕 양쪽 벽과 가운데 통로도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은 신자들의 뜨거운 열기는 이 더위의 30도를 넘는 폭서를 무색 케 한다. 과연 103위 순교성인의 후예답다고 매번 느낀다.
각 성당에서 모여든 많은 신자들의 부채질 손놀림이 수선스러워도 흉하지 않다. 얼굴이 번들거릴 정도로 땀이 흘러도 추해보이지 않는다. 나도 비지땀을 흘리면서 예절과 미사시간에 어서 집에 돌아가 찬물에 샤워하고 싶은 생각하면서 미사 드리지 않은 때가 없었다. 다소 분심이 들면서, 졸면서 미사를 끝내고 나오는 신자들의 물결 속에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미사 드린 양 흡족해 하면서 돌아왔다.
일상의 생활로 돌아오면 성당에서의 다짐했던 각오와 새롭게 거듭나겠다던 마음과 생각은 어디로 가고 미워해야 될 사람 미워하고, 화낼 일 화내야 되고, 흉봐야할 사람 흉보고, 하루 한단씩 바치겠다던 묵주기도도 제대로 안하는 내 게으른 생활에 때론 회의도 느낀다. 지금은 더우니까 선선해지거든 하자고 내멋대로 미루어놓고 출근길 전철 안에서 바치는(그것도 자리에 앉게 될 때) 묵주기도로 위안 삼는 이기적인 신앙생활을 천주님께서 잘 봐주시겠지 하는 내 얄미운 마음이 스스로 멋쩍어진다.
이번 주가 지나가면 성모성년도 폐막되고 성당을 꽉 메웠던 그 많은 신자들은 더더욱 성숙된 신앙인이 되겠지. 우리 신자들이 지켰던 성당에서의 질서처럼 일상의 사회생활에도, 타인에게도 작은 일의 모범부터 보여주는 것이 우리가톨릭 신자들의 저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권예숙<서울시 동대문구 이문2동3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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