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유치원 원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남녀 성비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거의 모든 유치원의 원아중 남아가 여가들보다 20명 가깝게 많다는 것이다. 어떤 유치원에서는 남아가 40%정도 많다고 했다. 문득 세계보건기구의 한국 인구 출산에 대한 보고서가 생각났다. 근래 10여년 동안 한국의 남아 출산율이 여아 출산율보다 10%정도가 높다고 한다. 이 현상이 자연스럽지만은 않기에 한국 국민들의 도덕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유치원 국민학교 근래에 와서는 중학교에서까지 남녀의 성비가 기운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문제시 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우리 민족의 남아선호사상 때문이라는 간단한 결론을 내려놓고는 국민의 도덕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짚어 볼 생각도 안한다.
얼마 전 미국에서 한국인고아 입양문제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세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나라에서「고아수출」제 1위라고 하니 체면이 말아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방송언론 매체에서도 한참을 떠들더니 다시 잠잠해졌다. 이 또한 우리가 전혀 모르던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고아들의 국내입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사업기관 종사자들이 기울이는 노력과 열성도 아고 있다. 제4공화국 말기에도 국가체면의 손상이라 하여 해외입양을 한때 정책적으로 금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다른 대책이 없어 다시 해외입양을 장려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분명 이것은 사실이고 망신스러운 일이고 나아가서는 최선의 해결을 보아야하는 것임에 틀림없다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심각한 문제를 문제로 의식하고 서서히 타개하려고 노력하며 교육해 가는 것이 「고아수출」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 해서 와글와글 그렇게 신경증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보다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가 특히 그리스도인들이 이 문제에 대한 심각한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느끼느냐 하는 것이다.
7월말 경, ○○처에서 청소년선도라는 명목으로 종교인들 (기독교인들) 에게 참석해 달라하여 그 곳에 간일이 있었다. 이러저러한 이야기가 오가던 중 특히 해외입양문제가 거론되었고 이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은 종교인들에게 있다는 호통(?)에 가슴 아프지만 사실임을 긍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땅위의 소수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입어 살아간다면 살아있는 사람을 물질화하여 「고아수출」이란 비인간적인 용어가 생겨나 쓰이지는 않을 것이고 또한 못할 것이다. 그리고 국내 입양에의 어려움 때문에 이렇게 고심하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제도적인 종교인에 불과하며 실제 살아가는 가치관에 있어서는 개인적인 이기주의 혹은 자기중심적인 공동체에 묶여 그 이익에 타협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 그리스도인으로 살아 가기위해서 감수해야 할 것들이 도처에서시시 각각으로 나타나지만 우리는 탁월한 자기 합리로 그 상황을 비껴 처리해 나가고 있다. 오로지 내 편리대로 이기주의적인 가치관으로 살다보니 편법에 명수가 되고 자기중심적인 공동체에 묶여 있다 보니 내 가정, 내 식구, 내 핏줄 만 생각하는 욕심쟁이들이 되어 버렸다.
가톨릭 신문 5월 8일자 4면에 보면 한국 천주교회 주교회의가 발표한 「인공유산과 불임 수술에 관한 담화문」이 있다. 관계당국의 통계에 의하면 인공유산에 의한 태아 살해가 일년에 2백만건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부의 인구증가억제책이 국가시책이라는 명분으로서 대부분의 국민들에게 사회의 전반적 인식 안에 인간생명에 대한 기본권의 유린을 묵과하도록 한다면 그로부터 파생되는 국민 도덕성의 붕괴는 어찌할 것인가. 2차 대전 당시 나치독일 치하에서 6백만의 유대인들이 갖가지 인체 실험의 대상이 되었거나 가스실에서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고 또한 일본인들이 한국인이나 종국인 포로들을 인체실험대상으로 삼았다하여 그 잔학성과 비도덕성을 규탄하는 소리가 오늘까지 사라질 줄 모르며 인류 여사 상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될 사건으로 모두가 규정짓고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그 전쟁당시의 살인 행위에 대해 분개하며 반성의 소리가 높은데 전쟁도 아니고 1년에 1백 20만에서 2백만 명이 저항할 수 없는 태아가 어떤 조건하에서건 부모와 국가 공인 교육 기관에서 양성된 전문인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면 이 비 도덕성과 부모와 자녀라는 천륜 앞에서 어떠한 변명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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