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 속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축성식 날! 87년 8월 새 성당이 완공되고 축성식을 가질 예정이었으나 혼란한 노사분규를 본당이 함께 겪고 그 이후의 후유증으로 성당축성식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지금에야 축성식을 하게 된 것이다. 아 얼마나 갈망했던 새 성전이었던가! 비가 오면 대야를 받쳐놓고 미사를 드려야 했고 성전건립기금 마련위한 모금강론을 위해 신부님이 타 본당엘 가시고 신부님 안 계신 주일날 공소예절을 하면서 얼마나 울먹였던가? 또 신부님을 도우러 함께 떠난 형제들은 토요일 퇴근 후 피로한 몸을 이끌고 밤차로 출발해서 월요일 새벽에 동차로 귀가한 후 한두 시간 눈을 붙이면 또다시 출근을 해야 하는 강행군을 하였고, 나물장사 떡 장사 심지어 포장마차운영까지 하면서 성전건립기금 마련을 위해 모든 신자가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또 사랑의 나눔으로 은혜를 베풀어준 모든 분들, 껌팔이아저씨로부터 어린학생에 이르기까지 또 멀리 바다건너 온 도움의 온정과 모든 은인들의 사람의 나눔에 힘입어 드디어 성전이 완공되었다.
때마침 시작된 장마로 모든 것을 깨끗이 씻어주었고, 하느님 당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날 비까지 멎게 하시고, 덥지도 않은 가운데 기쁨과 흥분 속에 축성식은 시작되었다. 1부 축성미사가 끝나고 2부가 이어지면서 신부님의 인사말씀이 있을 때 신부님께선『제가 오늘 이 자리를 위해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좀 더 근사한 말이 없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근사한말은 떠오르지 않고 어떤 시인의 시귀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보다」…』와르르 웃음이 쏟아져 나왔지만 웃음 뒤에 찡하니 코끝이 시큰거리고 모두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다. 주교님의 격려의 말씀이 계실 때 안경너머 신부님의 눈에서 뭔가 반짝하더니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위로 향해 한참을 서 계시던 신부님, 그러나 못내 아쉬운 것은 본당신자들의 이름으로 신부님께 성전건립에 공헌한 감사패 아니면 꽃다발하나 드리지 못함이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저희 성전건립을 위해 사랑의 나눔을 주신 모든 은인들께 다시 한 번 깊이 감사드린다.
권정희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 18리 8반 구사택 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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