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증가가 둔화되면서 아기출산이 줄어들고 있다. 하나 낳기 운동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뜻이겠다. 아이들이 장차 우리사회에서 사라져버릴 것인가? 앞으로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린이들은 자기를 보호할 힘이 없고 자기들의 권익을 위해 교섭할 로비가 없다. 어린이들을 대변해줄 사람도 별로 없다.
미국뉴욕의 동물보호협회가 처음으로 어린이들의 이해 문제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의미 있는 일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어린이문제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 또 좁은 땅에 인구가 너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아이들을 생각해주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다. 국회의사당에서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온통 어른들에 대한 말뿐이다. 그래서 어린이들은 자연히 이사회에서 멀어져가는 그룹으로 전락하고 있다. 내가 옛날에 읽은 동화가운데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소년이 피리를 불며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 아름다운 선율에 홀려버린 동네아이들이 모두 그 피리 부는 소년을 따라갔다. 그리고 모두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우리나라에도 장자 아이들이 사라져 버릴 것인가?
아이들이 어디 있느냐?
아이들이 많은 가정이 아직도 있다면 좀 이상한 집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문제는 아이들이 없는 사회는 그 태도도 달라져 간다는 것이다. 어린이들이 노는 공간보다 자동차 주차장을 수십배 더 많이 그리고 더 넓게 만든다. 넓고 훤히 뚫린 도로는 자동차 달리기에는 편하게 되었지만 아이들이 건너가기에는 너무 힘이 든다. 모든 것이 어른 중심이다. 어른들이 편리하게 살면 되는 것이다.
어린이 대공원이나 또는 무슨 월드같은 곳은 아이들이 놀기에는 요금이 너무 비싸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린이잔치나 게임도 많은 어린이들에게는 구경거리에 불과하거나 부러움의 대상이 될 뿐이다. 우리사회는 어린이를 무시하고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다. 어린이를 위한 시설에도 무관심하다. 여러 사회단체가 어린이날에만 많은 돈을 들여 생색을 내고 있다. 백화점과 호텔도 어린이날 행사를 너무 사치스럽게 한다. 어린이 캠프도 너무 비싸다. 어린이를 상대로 돈을 벌려는 비싼 강습회 같은 것을 열고 있다. 진정 어린이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없다. 지금 서울에는 어린이 놀이터가 7백여개가 있다고 한다. 얼핏 보면 많은것 같지만 미취학아동과 국민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이 사용하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또 놀이터의 놀이기구도 그네, 미끄럼틀 등 단순반복적인 것이 대부분이며 드물게 동전을 집어넣어야만3~5분 작동하는 유료놀이기구가 있을 뿐이다.
우리나라에도 엄연히「어린이 헌장」이 있다. 하지만 아동문학가 윤석중씨의 말대로「현재의 어린이 헌장은 어린이를 위한 어른들의 헌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작년 이맘때 서울 어느 두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스스로「어린이헌장」을 만들어 낸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이렇다 △어린이는 누구나 사랑을 받으며 귀하게 여김을 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마음껏 놀 수있어야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어야하고 마음껏 배울 수 있어야한다. △어린이 앞에서 어른들은 모든 일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 어린이를 일깨워야한다. △어린이는 어떠한 경우라도 악용의 대상이 되어선 안 된다. △어린이에게는 흥미를 가지고 공부할 수 있도록 늘 새로운 환경을 제공해 주어야한다 등이다.
어린이들도 기존 어린이 헌장은 어른들만 이해하는 헌장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낙태가 증가하고 피임약도 점차 완벽해지니 아이들도 차츰 우리사회에서 사라져 갈 것 이다. 어떻게 해서 귀하게 자식을 얻으면 애지중지 하다못해 과잉보호를 한다. 이것은 내 가족뿐이라는「집단적 이기심」만 키워주게 된다.
또 이제는 의학기술이 아이를 자기가 원하는데로 만들어 낼수있겠끔 발전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필요성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아이들은 공간이 필요하다. 무럭무럭 자라기 위해서, 공상도하고 또 무엇을 창조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새로운 것을 시험해보고 세상을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도시 곳곳에 그리고 동네마다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사회는 아이들이 운신할 수 있는 공간을 빼앗아 가버렸다. 방학 때 학교운동장도 아이들에게 폐쇄해 버렸다. 화단을 짓밟고 창문을 깨뜨릴까 겁을 낸다. 가난한 아이들은 갈 곳이 없다. 비좁은 골목이나 큰길가로 나와 놀 수 밖에 없다. 엄마 눈치 보며 전자오락실에 갈수밖에 없다. 비좁은 방에서 어른들이 놀기 위해 아이들을 밖으로! 내쫓았다. 이제 아이들도 귀찮다.
아이들이 없어져 버린다면 우리사회는「어린이다운 점」도 사라져 버릴 것이다. 어린이다운 점이 없는 것은 마음에 때가 묻어 순수하지 못하고 결국 남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상은 더욱 각박해지는 것이다. 물질적 욕심이 커지는 사회에서 아이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짐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제 가정을 가져보자 사는 것을 좀 수월하게 했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보고 어린이처럼 살아보자. 동네곳곳에 아이들이 아름다운 꿈을 펼치며 마음껏 놀고 있는 모습이 보고 싶다. 요즘 우리 어른들은 너무 긴장해서 살고 있다. 아이들 마음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출산율이 내려가는 것을 통계적 숫자로만 보지말자. 왜냐하면「아이들을 싫어하는 사회」나 아이들이 없는 사회는 어른들 간의「형제애」도 죽어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몰라요」라는 말이 마음에 자꾸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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