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형선고를 받은 중증환자로 양평 단월 봉상요양원(희망의 집)에 입원 요양 중이었다. 원래 신앙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해왔지만 여기에 입원하고 보니 모두가 천주교 신자였고 알찬 신앙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예비신자도 수녀님이 가르치는 교리 시간에는 엄숙하고 진지하게 청강하고 있었다.
나도 하루하루 생활하는 동안 정을 붙이게 되었고 하루 빨리 영세하고 성체를 모셔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다.
요양원에서 용문본당까지는 조금 떨어져 있어 나는 본당 미사에 한번도 참석하지 못한 채 안타까워하고 있던 중 드디어 원장 수녀님으로부터 영세 통보를 받았다. 작년 10월 26일 심상태 신부님을 모시고 영세를 한 후 처음으로 성체를 모시고 진심으로 주님께 감사드렸다. 그런데 11월 중순경 휴가차 간 부산에서 만성위궤양으로 급히 입원하게 되어 요양원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말았다. 다행히 결과가 좋아 빠른 시일안에 퇴원할 수 있었다.
그 후 봄기운이 조금씩 감돌기 시작하여 주일 미사에 참여한 지 한 달 좀 지났을 때 양평 요양원 조 아오스딩 원장 수녀님한테서 전화가 걸려왔었다. 평소에도 늘 안부의 연락은 드렸지만 직접 전화해주시고 건강을 염려해 주시며 신앙생활에 대해서도 채찍질해 주실 때 콧날이 찡해졌다. 포근하게 감싸 주는 어머님의 사랑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나는 지금도 전화기를 어루만져보며 원장님의 전화 한 통화의 고마움을 생각하며 조용히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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