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며칠 전의 그 일을 잊어버리고 지내기엔 너무 어린 것일까? 아니면 하느님이 원망스러운 것일까?
아직은 푸른 꿈을 키워나가기에 정신없을 내게, 커다란 파문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던 그 사건을, 난 심한 자책감과 더불어 주님을 향한 한스러움으로 고민해야만 했다.
그 날은 기분 좋은 일요일이었다. 난 학생미사를 마치고 집에 도착한지 얼마 안되어 『삐~삐』하는 초인종소리를 들었다.「누굴까?」하는 당연한 의문을 품고『누구세요?』하고 물었다.
『……』
난 바짝 화가 났다. 학기말 방학을 해서 집에 있는 1주일동안 이런 장난 공세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난 「두고 봐라. 어떤 녀석인지는 몰라도, 오늘은 꼭 잡아서 혼을 내줘야지.」하는 생각으로 대문 앞으로 나갔다.
그러나, 이상한 일도 다 있지. 으레 이런 장난을 치는 꼬마 녀석들은, 초인종을 누르기가 바쁘게 도망가기가 일쑤인데, 이 녀석은 태연히 서 있는게 아닌가?
『얘, 너 누구야? 왜 허구한날 남의 집에 와서 장난을 하는 거야? 쬐끄만게 아주 못됐구나, 너 어디 살아?』
그런데, 더 화가 난 것은 이 꼬마는 손에 든 과자만 야금야금 먹을 뿐, 내말에 대꾸가 없는 것이었다.
『너, 대답 안 할테야? 응?』
고녀석 고집도 세지. 땡고란 두 눈을 뜨고 신기하다는 듯 내 얼굴만 뚫어져라 볼뿐 끝까지 대답을 않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그 꼬마가 발을 떼기 시작했다. 우리 집에서 1분 거리인 구멍가게 쪽으로 가기에 나도 질세라 따라갔다. 구멍가게 앞에 다다르자 가게 아주머니가 나오시더니, 화가 난 내 얼굴과 철모르는 꼬마 아이를 번갈아 살피셨다. 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여셨다.
『학생, 왜 그러우? 우리 애가 뭘 잘못했나?』
내 표정을 살피며 말씀하시는 아주머니께는 죄송스러웠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할것 같아 난 자초지종을 모두 말씀드렸다. 아주머니는 내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다짜고짜 그 아이를 때리기 시작했다. 잔인할 정도였다. 뺨과 볼기짝을 그것도 철모르는 어린애가 장난을 조금 했다고 해서 저럴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야 이놈아! 그런 짓 말라고 몇 번 말해야 알아듣냐? 그런짓 자꾸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엄마가 말했잖아? 왜 이렇게 속을 썩이냐 응?』
아! 그 순간 난 얼굴이확 달아오르며 가슴이 덜컹 내려앉음을 느꼈다. 그 아주머니는 말씀만 하시는게 아니라 TV에서 많이 보아온 수화를 하고 계신 것이었다. 그러더니
『미안해요, 학생. 얘가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애라서…』
아주머니의 눈에서는 두 줄기의 모성애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난 몸둘바를 모르고는 우두커니 서 있었다. 꼬마는 제 엄마의 손찌검에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이 아이가 무슨 죄가 있단 말인가? 그리고 난 얼마나 어리석었는가? 적당한 답변이 떠오르질 않았다. 단지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만 가득할 뿐이었다. 난 나 자신이 그렇게까지 바보스러워 보일 때가 없었다.
하느님, 제 목소리를 들으시나요? 저의 애타는 원망의 울먹임을 당신은 아시나요? 왜 이렇게 어린양에게 큰 고통을 주셔야만 합니까? 왜 커가는 푸른 새싹을 짓밟으시나요?
한없이, 한없이 터져 나오는 의문을 하느님은 침묵과 함께 듣고 계신 것 같았다.
자비로우시고 인간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하느님, 이 세상의 모든 이가 하느님의 자녀라는 사실이, 제 아픈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리주는군요. 인간들도 자신의 자녀들을 사랑하고 아끼는데, 하물며 인간 모두의 아버지이신 하느님의 사랑은 얼마나 크시겠읍니까? 저는 주님을 믿고 싶습니다. 그 꼬마에게 한 말씀만 해 주셔요.『너는 내아들』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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