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볕에 밝고 포근한 봄 날씨이다. 이제 나는 중학교에 갓 입학한 병아리 중학생이다.
지난 8년 동안의 나의 신앙생활을 돌이켜보면 많은 추억들이 담겨있다. 예수님에 관해서라면 눈꼽만치도 모르던 나는 어머니의 성화와 언니의 손에 이끌리어 억지로 다녔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고……
나는 국민학교 때에 그리기에 소질이 있었던 탓에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학교의 대표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학교 대표라는 것이 무거운 짐이 되었다. 내가 그동안 제일 걱정하던 일은 오고야 말았다. 주일학교에 가야하는 날 미술대회가 열린 것이다. 이럴때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고심 끝에 닥치는대로 그린 후 성당가서 주일학교에 출석을 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그때 그 일이 보람있게 느껴진다.
그리로부터 몇 개월이 흘러서 전국대회를 가졌었는데, 최우수를 하였다.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르지만 또 예수님께서는 나를 시험하셨다. 다가오는 토요일날 서울에 올라가 시상식을 해야하는데, 시상시간이 미사 시간과 같았다.
나는 이틀 동안 곰곰이 생각해본 끝에 시상식보다는 단 몇 시간의 미사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성당에 가니 친구들이 나를 바보같다고들 하였지만, 그런 생각이 나에겐 들지 않았다. 나는 이 일에 대해서도 일생 최대의 보람을 느낀다.
『야! 기다리고 기다리던 크리스마스가 돌아왔다』
정말 신나는 크리스마스가 돌아 왔다. 오랜 기일 동안 예수님과 신부님 수녀님 그리고 부모님이 보시기에 기쁘게 해드리려고, 선생님과 우리주일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한 장기를 선보일 때가 왔다. 어린 유치부 동생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나고 동생들은 흥이 나서 싱글 벙글들이다. 하지만 이런 예술제도 나의 초등부에서는 마지막이라 그런지 섭섭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다른 때보다 더 열심히 맡은 일을 하였다. 부모님과 신부님 수녀님의 환한 얼굴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아기 예수님께서도 좋아하시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주일학교 졸업식 때는 우등상과 6년 개근상을 받았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예수님께서도 기뻐하셨겠지.
나는 주일학교 8년 동안 빠지지 않기 위해 여러 가지 어려움을 물리쳤다. 그런 어려움을 물리칠 때마다 얼마나 가슴 뿌듯한지 모른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을 생각해보면 이까짓 어려움은 어려움에 끼지도 못한다.
텔레비젼을 보기 위해, 또는 친구들과 놀기 위해, 또는 오락실에 가기 위해, 또는 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귀찮아서 나오지 않는 모든 주일학교 친구들이 하루 빨리 통회하고 제 십자가를 지고 우리들을 한없이 사랑하시는 예수님의 뒤를 따른다면 하느님께서 기뻐하실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싸우고, 죽이고, 모욕하는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믿음이 약하고 사랑이 없어서이다. 우리 모든 사람들이 서로 아낌없이 사랑해 준다면 봄날처럼 눈부시고 포근한 발전이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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