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짝 신자로서 외로움을 타던 내게도 이제 의지할 두 팔이 생겼다. 지난달 남편의 영세식에 뒤이어 이제 딸아이가 첫영성체를 받게 되는 것이다. 물과 기름으로 세례를 받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볼 때는 그저 감격하여 마냥 기뻤건만, 왠지 딸아이의 첫 영세식을 앞두고는 죄인처럼 가슴이 떨려온다.
열 달이 되어 낳아야할 아이를 만 열 살이 되어서야 허둥지둥 출산을 서두르는 이 못난 엄마! 열 살이나 먹은 늦둥이를 낳으려 하면서도 마치 초산의 임부처럼 모든 것이 미숙하고 두렵다.
첫영성체를 앞둔 딸아이는 울먹이며 나에게 항변을 쏟아놓는다. 왜 나만 본명이 없느냐고ㆍ 하느님앞에 등록된 이름이 없어서 애써 고백성사 본 일이 허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이에게 유아 세례를 시키지 못한 탓에 하느님 호적에 등록된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아이의 본명을 짓기 위해 성녀들의 호칭 속에 어떤 고유의 의미가 있는지 미처 헤아리지도 못하고「모니카」란 이름 하나를 따내었다.
아이가 내민 세례문서에「모니카」란 본명을 적고 나니 구름 밖으로 나온 해님처럼 아이의 얼굴에 웃음이 밝다. 첫 영성체식 날 천사 같은 모습으로 미사보를 드리울 아이의 모습을 생각하니 이제야 나도 죄인의 탈을 벗는 기분이다. 구원이시며 사랑이신 주님! 연약한 내 아이의 신앙나무에 항구한 빛이 되어주소서. 그동안 수고해주신 안젤라 수녀님과 모니카와 함께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도 은총을 내리소서.
한미령<인천시 남구 주안동 4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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