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연일 신문지면을 장식하는 큰 활자들을 훑어보면 눈이 어지럽고 현기증이 난다. 그위로 구역질과 심한악취가 페부를 찌른다. 썩어도 어쩌면 저렇게나 썩었나 싶어 그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外貨와 韓貨의 액수가 머리를 어리둥절하게하고 그 큰 돈으로 저지른 행위를 볼 때 서글프기 이를데 없다. ▼소위 범양상선 사건에 얽혀 나타나는 숫자들을 한번보자. 朴·韓 두 사람이 공모해 해외에 도피시킨 돈이 1천6백44만달러, 부동산·주식 등 90억원을 위장 분산, 20억대 회사땅을 2억원으로 매입, 회사돈 50억원을 변태지출, 개인재산은 朴이 3백45억원, 韓이 53억원, 이밖에도 도피시킨 외화와 숨겨둔 재산이 더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가히 천문학적인 숫자들이다. 억(億)이라는 화폐단위가 아주 예사롭게 여겨지지만 서민들로서야 활자로나 읽어 볼 수 있고 말로만 들을 수 있는 돈이지 평생을 살아도 만져 볼 수는 없는 돈이다. 과연 통 크게 기발나게 놀아난 사람들이구나 싶어 놀랍기만하다. 문제는 또 있는 것 같다. 韓이 쇠고랑차고 붙잡혀가면서 『내가 입을 열면 많은 사람이 다치게 될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점이다. 그래서 이 사건 수사의 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 것인가를 놓고 경제 관계 공무원들이 전전긍긍한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뇌물을 받고 부정을 방조했거나 공모했다면 그 책임은 회피할 수 있겠는가. 범양상선의 부채가 1조(兆)원이나 되는 가사(假死) 상황인데도 모두가 「빼먹기」와 「나눠먹기」만 일삼았다면 작게는 회사 죽이고 크게는 나라 망치는 일을 저질렀으니 말이다. 기업의 윤리나 도덕성 그리고 사회적인 책임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파렴치한들의 소행을 보는 것 같이 몹시 씁쓸하다. ▼언제부터인가「기업은 망해도 기업인은 산다」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고 또 실제로 그랬었다. 늘 피땀흘린 근로자들의 고혈을 두꺼비가 개구리 삼키듯하는 기업인들에게 이번 사건은 「기업이 망하면서 기업인도 죽는다」는 교훈을 남겼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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