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살고있는 가난한 이들ㆍ도시 빈민들을 대상으로 한 사목위원회가 교회 안에서 탄생됐다. 이른바 「도시빈민 사목위원회」.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등 17명의 위원과 4명의 전문위원 등 모두 21명으로 구성된 도시빈민 사목위원회는 앞으로 도시빈민 문제와 관련, 교구장의 자문역할을 수행해나가리라고 한다.
도시빈민 문제를 사목권 안에 두고있는 서울대교구가 오랫동안 고심, 연구하면서 만들어낸 도시빈민 사목위원회는 수십년간 우리 사회의 핵심문제로 대두되어온 도시빈민 문제에 대해 교회가 공식적으로 표출한 사목의지란 점에서 기대하는바 크다 하겠다.
더구나 올해가 유엔이 정한 세계 무주택자의 해인 점을 생각한다면 서울대교구 도시빈민 사목위의 탄생은 상당한 의미와 가치를 찾아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교회는 빈번히 발생하는 도시빈민 문제에 대해 다소 즉흥적인 자세로 일관해 왔다고 말할 수 있다.
철거가 기정사실화된 뒤에 철거대상자들의 당연한 반발, 그리고 이어지는 강제철거는 지난30여년간 변함없이 보아온 우리의 도시빈민 문제, 아픔의 역사였다.
교회의 개입 역시 문제가 터지면 별다른 대안없이 문제 안에 뛰어드는 식이었으며 사실 그 같은 개입과 입김은 그 당시「반짝」하는 효과는 있었을지언정 그 이상의 해결방안이 될 수 없었다는 얘기다. 문제가 터지면 곧바로 그 속에 뛰어들어 개입할 수밖에 없었던 현실의 반복은 교회를 해결사의 위치로 부각시킬 수 밖에 없었고 그만큼 교회는 도시빈민 문제에 보다 근원적인 해결에 접근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교회는 도시 빈민들이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몸부림치는 피와 땀의 맛을 함께 맛볼 수 있어야하고 함께 나눌 수 있어야 하지만 모든 문제마다 핵심에 뛰어들어 해결하는 해결사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적어도 교회는 도시빈민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적 병폐를 찾아 제시하고 이미 발생된 문제에 대해서는 그들의 생존권이 어떤 위협 속에서도 박탈당하지 않도록 전체적인 입장에서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도시빈민 사목위는 매번 같은 문제에 직면하면서도「해결」아닌「무마」선에서 머물러야 했던 도시빈민 문제에 교회가 공식적인 기구의 이름으로 사목적 차원에서 대처했다는 적극적인 의지 속에 내린 결단이란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중요한 시기에 출범한 도시빈민 사목위가 도시빈민 문제에 대한 근원적인 접근을 통해 적절한 대책과 대안점을 찾아나가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도시 미화ㆍ과시 행정 등 그 어떤 명목으로도 가난한 사람들의 삶의 보금자리가 대책없이 빼앗기지 않도록 사회적인 분위기 조성에도 앞장서 나가기를 기대한다. 가난하기 때문에 가난할 수 밖에 없는 삶의 모습이 보호되어야 함은 너무나 당연하다. 가난한 삶의 주인공들도 바로 하느님의 모상을 타고난 존엄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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