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을 맞아 전주교구가 한국교회 초장기 이 지방 순교자 5명에 대한 시복시성운동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고 밝혔다.
한국교회는 불과 4년 전 1백 3명의 한국순교자가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성인반열에 오르는 감격을 못 보았다. 그런데 또 무슨 시복시성추진인가 하고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교회 2백년 역사 중 전반기 1백년 박해기간 동안의 순교자만도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시복시성 대상자도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84년 시성된 한국순교자들은 전원 1831년 조선교구 설정 이후의 순교자들이다. 다시 말하면 그 이전 한국교회 초창기 순교자들은 단한명도 시복시성 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이를 추진함은 당연한 일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7월 전주교구장 박정일 주교가 성청을 방문, 시복시성을 공식 청원한 것으로 알려진 5명의 순교자는 지난 84년 6월 24일 당시 2백주년 기념사업위원회 시복시성 추진부에 의해 시복추진 작업에 들어간 98명안에도 포함, 이중으로 시복시성이 추진되고 있는 셈이다.
전주교구가 유항검 윤지충 권상연 유중철 이순이 등 5명의 순교자 시복시성추진이 이중으로 전개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성에 관한 새 법령(1983ㆍ1ㆍ25)과 시성조사 지침서(1983ㆍ2ㆍ7)에 따라 시복시성추진이 교구차원에서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새로운 지침은 시복시성 추진은 교구차원으로 전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해석도 된다.
교제제도상 또는 한국교회의 각 교구가 위치를 확고히 한 이 시점에서 교구차원의 추진은 교구민의 신앙 활성화와 관심을 도출해 내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시복시성추진에서 1백 3위 시복은 프랑스선교사들이 주관하였으며, 1백 3위 시성은 2백주년 기념을 계기로 결성된 시복시성 추진부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 결실을 낳았다.
시복시성 추진부는 2백주년기념 준비위원회가 해체되면서 그 업무가 주교회의 전례위원회로 귀속, 오늘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 전주교구가 5명의 순교자에 대해 교구차원에서 독자적으로 시복시성 운동을 추진함에 따라 주교회의 차원의 시복시성 업무와의 관계 정립이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우선 전주교구와 주교회의 시복시성 추진부 간에 중복 추진되고 있는 순교자 5명의 시복시성 추진 업무가 상호협의 하에 일원화되는 것이 시급하다.
주교회의는 향후 교구 차원의 시복시성 업무추진의 확산에 대비, 주교회의와 교구차원의 업무기능과 성격구분, 상호 유기적인 관계 및 협의체제 구축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나가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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