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신자이든 또 아니든 고통스러운 일만 나면 집단으로 명동성당에 들어와서 농성을 하고 격한 구호와 몸짓을 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본다.
그 행위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어떤 의미든 우리성당이 지닌 종교적 의미와 세속의 약자의 절규가 이곳 성당에 모아진다는 데서 우리 신자들은 긍정적으로 그 아픔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성역인 성당입구에서 농성자들을 격리시키려고 문을 가로막은 사실에 있다. 삼복더위에 두꺼운 잠바를 입고 비지땀을 흘리면서 데모하는 사람들과 대치한 그 모습을 볼 때 측은한 생각과 더불어 이 정치의 악순환이 어서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녁미사에 참례하려는 신자들의 출입을 저지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없는 일이다.
광의로 비교가 될 런지는 모르지만 우리 천주교신자들은 이 미사를 바치기 위하여 저 수많은 날들 속에서 목숨을 바치며 온갖 형극의 길을 지나왔다. 미사는 우리 천주교에서 근본이며 모든 행위의 귀결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로 이중대한 미사 참례를 막는가! 대부분아녀자들이며 눈으로 봐도 금방 식별할 수 있는 신자들의 정당한 미사참례를 막는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지 용납될 수 없다.
이 사실을 분명히 전달받고 알면서도 꼼짝하지 않고 성당사무실만 지키고 있는 관계자들은 무얼 했는지 궁금하다.
다시는 이런 규탄받아 마땅할 미사참례를 중단시키는 일이 없기를 강력히 항의하면서 평화스러운 날들이 어서 빨리 명동성역에 찾아오기를 갈망한다.
정성진<서울 광화문우체국 사서함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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