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때 잠을 자다가 소변이 보고싶어 어느 콩밭에서 시원하게 소변을 보았는데 깨어보니 옷과 이불이 젖어있어 당황했던 일이있다.
부모님은 나와 동생들이 밤에 자다가 밖에 나가서 소변 보기를 싫어하는 관계로 요강을 꼭 방안에 들여다 놓아주시는 아량을 베풀었지만 어떤때는 잠결에 요강 바깥쪽이 소변을 보았기에 호되게 혼이 난적도 있었다. 아마도 나처럼 강원도 첩첩산골짝이 고향인 사람들은「밤과요강」에 대한 인연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학교를 졸업, 소신학교를 처음 들어갔을때 나에게 제일 불편했던 것이 밤에 자다가 화장실에 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화장실이란 여자들이 얼굴 예쁘게 하기위해 사용하는 곳일텐데 남자만 사는 신학교에 왠 화장실이 층마다 있나 생각했기에 유일하게 운동장에 있는 변소(운동장의 화장실만 유일하게 「변소」라는 푯말이 있었음)를 낮에는 물론 밤에도 사용했지만 밤에 운동장에 나갔다가 침실을 못찾아 혼이 난 이후로는 침실에서 나무로 짠 쓰레기통을 요강삼아 실례를 했다.
현대식 건물이 지어지면서 요강이 안방에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광산촌은 아직도 밤과 요강의 인연을 끊을 수 없는 절대적인 곳이다. 광산촌의 화장실은 20~30가구가 한개의 수거식 화장실을 쓰게되어있는고로 요강이 없는 밤은 불안하다.
어느날 오후 가정방문 중 낮잠을 즐기던 아줌마가 잠자는 호랑이 깨웠다는 언짢은 표정으로 당황하며 보자기에 싼 무엇(?)을 들고 나오기에 억지로 웃음을 보내며 『이게 무엇이예요』하며 슬쩍 손을 대보니 둥글둥글한 요강이 아니던가. 그냥 들고 나가기에는 부끄러워 빨간 보자기로 살짝덮어 쏟아질까 조심스럽게 들고 나오던 그 아줌마에게 『요즘 성당에 왜 못나오시죠』하고 물으니 집안일이 바빠 못나오겠다고 한다.
『무엇이 그리 바쁘신지 몰라도 오후가 되도록 요강청소조차 못할 정도라면 정말 나오시기 힘드시죠』하며 조금은 빈정기섞인 충고를 했지만 보자기에 싼 요강을 생각하면 그 아줌마의 그 재치가 밉지만은 않다. 요강을 보자기에 싸는 재치로 게으름과 죄악을 보자기에 싸두었으면… 더더욱 참 삶의 길인 신앙을 보자기로 곱게 싸 귀하게 다루었으면 얼마나 아름다운 아줌마가 될까하는 욕심도 생긴다.
밤이 되면 안방 한쪽 구석을 차지하는 요강이 있어야 안심을 하고 잠을 이루듯 잠들기전 묵주로도 손에 잡아야 안심하고 잠을 이룰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그 누가 하느님보다 요강을 더 귀하게 여기겠는가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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