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명동성당에선 김 추기경님이 집전하는 음악미사가 있었다 한다. 『하느님이 만드신 악기 중에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은 인간이 부르는 성가였다』고 하신걸 보면「라 스칼라」오페라단이 부르는 성가는 감동적이었던 모양이다. 오페라공연도 보고 또 음악미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들이다. 이런 기회뿐 아니라 전시, 발표, 연극, 영화, 마당놀이, 무엇이든 골라잡아 입맛대로 보고 들을 수 있는 서울사람들은 참 좋겠다! 몇 사람이 이런 기쁨을 누리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그런 맛이 있길 래 그저 서울이 좋다고 모여들고 잇는 것이 아닌가!
이곳 안동에도 별난 성당 별난 회관이 있어 촌사람의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적셔주고 있어 다행스럽다. 15년 전에 안동교구장 두봉 주교님은 동에 새 성당의 필요와 함께 유림의 본 고장에 가톨릭의 이해를 높이고자 고심하셨던 것 같다. 몇 몇 분과 의논에 의논을 거듭한 끝에 택한 것이 오늘의 「안동 문화회관」과 「동부동 성당」이었다.
회관 안에 성당(그것도 본당)이 있고 성당 속에 회관이 있다고 해야 할 별난 성당, 별난 회관이 생겨난 것 이다.
큰 축일이나 많은 신자가 모이는 미사는 대강당(큰 성당)에서 올리고, 평일엔 지역민들의 강연회, 발표회, 교육, 음악, 연극, 영화의 장소가 되는 공간이 된다. 어디까지성당이고 어느 공간까지 회관인지 구별하지 않는 이런 다목적(?)교회가 어디 또 있는지?-축성하고 난 뒤 처음에는 성당도 아니고 회관도 못 된다는 불평이 드높았다. 신자들은 회관에 세 들어 사는 것 같다고 했고 장엄미사 분위기를 통 맛볼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또 한편으로 회관을 출입하는 주민들은 심적 부담을 가졌으며 성당으로 끌어넣으려고 이러지 않나하는 의심을 가졌었다.
그러나 세원은 흘러 서로가 필요를 인정하며 잘 적응했고, 오히려 이런 요구를 강하게 하는 시대가 되었다. 수십억을 들여 짓는 높다란 교회건물을 손가락질하며 비난하고, 일요일 단 하루를 쓰겠다고 저렇게 사치스런 건물을 짓는다는 반발 속에 돌맹이질 당하고 대문짝에 칼질 당하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했던가? 이런 점에서 보면 이별 난 성당은「가톨릭」하면「지역에 봉사」하는 인상을 크게 심어주었고 그래서 뿌리 깊은 유림의 고장안동에서「가톨릭은 그래도 괜찮다」는 이해 속에 정착할 수 있었다. 요즈음은 가끔씩「성당이 왜 그리 쎄냐?」하는 질문도 받게 된다. 교세도 형편없고 성직자도 몇 안 되고 재정도 변변찮은 성당이 텃세 쎈 안동에서, 어떻게 일방적 교세속의 유림이나 개신교에 비해 그렇게 인정받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느냐는 질문인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같이 살아야 한다. 지역민 모두를 감싸 안을 수 있는 성당을 지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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