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의 은총으로 불림을 받은지 4년째 스스로 주님을 찾았기에 그래도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때때로 죄에 걸려 넘어지면서 또 다시 일어나고 그러는 사이 조금씩 어렴풋이 주님을 느끼면서. 그러나 어젯밤은 어렴풋이가 아닌 체험을 하여 지금도 그 감격에 황홀한(?) 여운을 음미하면서 이 글을 쓴다. 가톨릭신문에서나 다른 교우들의 입을 통해 믿기지 않는 일들을 보고 들을 때 나도 언젠가 그런 일이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 갈망했었다. 그런 일이 성령세미나 5주째를 맞은 어젯밤 내게도 일어난 것이다. 세미나 봉사자들이 하라는 대로 열심히 그동안 묵상하고 기도했으나 막상 그 순간이 되니 죄인인 내가 어찌 감히 성령을 받을까 생각하면서 기도하고 있는데 앞줄의 어떤 아주머니에게 성령께서 이상한 언어의 은총을 부어주었다.
내 눈으로 직접 들어보기는 처음이어서 놀랍고 두렵고 그 시간 정말 주님이 우리와 함께 계심을 느꼈다. 다시 눈을 감고 간절히 원했더니 갑자기 이마가 환해지면서 온몸이 떨리더니 머리에서 발끝까지 보이지 않는 손이 조여오는듯 통증이 오는데 아프지는 않고 이것이로구나하는 생각과 저절로 입에서『아버지(친근하게)감사합니다』소리만 얼거푸 나왔다. 전에는 아버지라고 불러본 적이 없었는데 그만큼 가깝게 느껴진 탓이리라. 성가가 두곡정도 끝났을까 말할 수 없는 평화와 기쁨이 온몸을 감쌌다. 나는 그저 가만히 성령 안에 푹 젖어있었다. 일어났을 땐 온몸이 새털처럼 가볍게 느껴지고 모든 죄가 깨끗히 사해졌다는 확신이 생겼다. 일어서서 큰소리로 주님은 여기 계시다고 외치고 싶었다. 도마의 신앙처럼 주님의 상처를 만지고서야 부활을 믿었듯 성령의 은총을 체험하고서야 그분의 위대함ㆍ자비ㆍ사랑을 느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성령을 받은 제자들이 딴사람이 되어 열심히 주님을 증거했듯 여린 새싹이 이제 풍부한 비료를 농부에서 취했으니 열심히 피워서 꽃과 열매를 맺어야겠다. 그것이 농부를 기쁘게 하는 일이리라. 이제 겨우 걸음마하게 된 신앙, 신발이 닳도록 열심히 걸으리라. 그리하여 땅 끝까지 복음을 전하리라. 주님을 뵈올 그날까지 앞으로 앞으로만.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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