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모 일간지에서 봄철에 주부들의 가출이 늘고 있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가정의 중요성을 송두리째 파괴해버리고 남편과 자녀들까지 몹시 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져버리게 하는 주부들의 가출이 해마다 늘고 있다고 한다.
그 기사에 의하면 올해 3월까지 대구시 경찰국 통계에 나타난 가출자 5백 37명 중 주부가출이 41.2%나 차지하고 주로 20~30대의 연령층 주부가 많은 것으로 지적되어 있었다. 또한 가출동기의 대부분이 가정의 빈곤, 남편과 자녀에 의한 애정결핍으로 인한 가정불화, 춤,바람 등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다.
결혼한 지 이제 다섯달하고 보름정도 되는 주부초년생의 입장에서 나는 이 기사를 읽고 가정의 중요성과 가정에서 아내의 역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다.
희망과 기대의 부푼 꿈으로 신혼생활을 시작한 나에겐 그러한 기사 내용이 설마하는 의혹감과 함께 안타까운 생각으로 밀려온다. 사랑으로 가장 튼튼하게 뭉쳐져서 그야말로 평온한 안식처가 되어야 하는 중요한 작은 사랑의 공동체,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가 가정이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학창시절, 교감 선생님께서 『요즘 처녀들은 선을 보면「맏이」(장남)라고 하면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들면서 일어선다는데, 이런 처녀들은 시집가서 장남부터 낳지 않고 차남부터 낳을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하시는 말씀이 생각난다.
남편과 내가 그 어려운 역경(?)들을 둘의 사랑으로 극복하고 가정이라는 공동체를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고 축복받던 날 혼배성사를 주례하신 신부님의 강론 말씀이 문득 머리에 떠오른다.
『가정은 가장 최소단위의 교회입니다. 이제 두 분은 하느님 교회의 가장 작은 한 부분, 새로운 디딤돌을 꾸미는데 있어서 앞으로의 모든 어려움을 사랑과 인내로 극복하십시오. 그리고 훌륭한 아름다운 작은 교회를 만드는데 서로 최선을 다하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남편과 내가 결혼할 것을 서로 약속하던 날 남편이 나의 손을 꼭 잡으면서 하던 말도 생각난다. 『한때 나는 정말 멋진 신부(사제)가 되고 싶었다오. 그러나 나는 그보다 더 멋진 주교가 되고 싶어. 신부가 되려는 길을 포기하고 당신과 결혼하기로 작정했어요』라는.
가정이 가장 작은 단위의 교회라고 한다면 남편은 그 교회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도록 온힘을 쏟는 주교요, 아내는 주교가 사목을 잘 할 수 있도록 뒤를 보살펴주는 주교 비서(?)가 아닐까?
멋진 주교가 되고 싶다는 나의 남편의 소망에 과연 내가 비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을까?
매순간 주님의 사랑을 실천하면서 좋은 며느리 아내 역할을 하고 싶었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직장생활 한답시고 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안타깝다.
요즈음 남편과 자녀에 대한 문제보다 자신의 문제에 더욱 신경을 많이 쓴다는 주부들이 점차 늘고 있다는 말을 들을 때 이제 막 시작한 나의 가정에서 나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가를 새삼 되새겨 본다. 그리고 조용히 두 손 모아 기도해 본다. 『주님 당신의 가장 작은 교회를 다스리는 각 가정의 남편이 훌륭한 가정의 주교님이 될 수 있도록 아내들의 역할을 늘 마음속에 담아 주소서. 그리고 당신의 크신 사랑을 멀리서 찾지 않고 바로 가까이 있는 저의 주위에서 항상 발견할 수 있는 지혜를 키워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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