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스러운 꽃과 새싹들이 파릇 파릇하게 돋아난 것을 보며 새삼 시골집이 그리워집니다.
그간 안녕히 계시는지요?
생전 처음으로 부모님께 올리는 글월이라 새삼스러운 느낌이 먼저 듭니다.
제가 자취생활 시작한지도 벌써 8년째로 접어듭니다. 그동안 많은 그리움과 시고에 대한 향수에 몇 번씩이나 젖어들었지만 어머니와 아버지의 노고에 비하면 너무나도 하찮은 것이기에 다시 마음을 잡고 책으로 눈길을 들렸답니다. 한 달에 두 세번씩 오시는 어머니를 왜 그렇게도 보내기가 싫은지 뒤돌아서서 몇 번씩이나 눈물을 훔쳤답니다.
지난 겨울방학을 기억하시는지요. 개학전날 막차를 놓쳐 개학하는 당일 날 아버지의 오토바이 뒤에 타, 추워서 온몸을 덜덜 떨던 그 기분이랄까? 전 아버지의 그 넓은 등 뒤에 딱붙어서 바람을 막아도 그렇게 추위를 탔는데 정작 앞에 타신 아버지의 추위는 어떠했을까 하고 생각했읍니다. 그러기에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 들었읍니다. 정말 그 싸늘한 2월의 살을 에는듯한 바람을 맞아보지 못한 사람은 그 기분을 느끼지 못할겁니다.
자취생활을 해서인지 제 일기장에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친구들 이야기가 그 많은 공간을 빽빽이 메우고 있읍니다. 괜히 제 자신을 반성해보면 콧등이 찡해옴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새로운 각오를 세웠지만 정작 다음날이 되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속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아버지에 못지않게 어머니의 노고도 크시리라 생각됩니다. 참, 어디서인지「어머니는 무너짐 없는 성」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읍니다. 어느덧 하나둘씩 늘어가는 어머니의 주름살을 보며 제자신이 그 주름살 덕분으로 성장해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제가 부모님의 그런 정성스러운 사랑에 어찌 보답이 되겠읍니까만 그 사랑에 뒤지지 않도록 학교생활이나 형제들간의 사이에 있어서도 열심히 노력하겠읍니다.
그럼 건강에 유의하시고 편안히 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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