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좀 특이한 아버지의 매가 있다. 남들 같으면 자녀가 잘못을 하였을 경우 아버지의 무서운 훈계가 있을 것이고 아니면 어떠한 처벌 법칙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아버지의 매는 좀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어른들처럼 무섭고 두려운 훈계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회초리는 더더욱 아니다. 내가 어려서부터 그리고 지금까지도 있고 앞으로도 내 생애에 항상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아버지대와 할아버지대에서 부터 시작하였고 내가 하고 후대의 사람들이 해야할 교리 문답이다. 요즘은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간편하게 문답들이 나오지마는 내가 아버지에게 받은 매는 아주 오래된 3백60조목의 교리문답, 유치원에서 국민학교 1, 2학년 때까지는 아주 잊혀지지 않는 호된 매였기 때문이다.
케케묵은 누런 종이로 만들어진 문답 책 글씨는 작고 대부분이 한자 어문까지 나와 어린나이로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것들 뿐이었다. 또 가족들이 모두 모였을 때에는 으례 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이 아버지의 매에 대해서 불평이 아니라 오히려 감사를 드리고 싶다. 물론 어렸을 때에는 그 어렵고 긴 문답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훈계가 낫다고까지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문답을 읽다가 간혹 틀리는 단어가 있을 때에는 아버지께서는 그 단어를 말씀해 주시고는 그 뜻을 정확히 설명해 주시는 때면 얼굴이 붉어지곤 하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덕분에 나는 이렇게 믿음과 신앙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이려고 노력을 하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버지의 매…….
그 매도 중요하지만 그 아버지의 매 속에 따뜻한 사랑과 나의 믿음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오히려 아버지께 진솔(眞率)하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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