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전통적으로 교회력에 연관시켜 또는 교회력과는 별도로 적절한 주일을 선정, 특별한 기도지향을 두고 그 대상을 후원하는 특별주일을 지내고 있다. 이렇게 특별주일을 제정하여 그 의미를 되새기고 후원하는 것은 그 사업이 그만큼 교회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교회에서 시행하고 있는 특별주일은 구라주일ㆍ교황주일ㆍ군인주일ㆍ평신도주일ㆍ성소주일ㆍ전교주일ㆍ홍보주일ㆍ자선주일ㆍ인권주일 등이 있으며 침묵의 교회를 위한 기도의 날, 일치주간ㆍ성서주간도 있다.
이 가운데 교황주일ㆍ성소주일ㆍ전교주일ㆍ홍보주일ㆍ평신도주일ㆍ일치주간 등은 전 세계 교회가 동시에 같은 날 공동지향으로 지내는 특별주일이며 나머지는 한국 주교회의의 결의에 따라 제정된 한국교회 고유의 특별주일 이다.
한국교회의 특별 주일 가운데 출판물보급주일의 경우는 홍보주일로 흡수 통합된 적이 있으나 자선주일ㆍ인권주일ㆍ성서주간 등은 최근에 제정된 것으로서 다양한 특별주일 제정은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다양한 특별주일은 자칫 습관적 타성에 젖기 쉬운 주일미사의 의미를 상승시킬 수 있을뿐만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특별주일의 대상을 효과적으로 후원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당위성 있는 특별주일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지난 1981년 한국주교회의가 국제연합이 제창한「세계 심신장애자의 해」에 부응, 제정한바 있는 한국교회의「장애자주일」은「일회용 특별주일」로 처리되고 말았다.
당시 주교회의가 장애자주일을 제정한 과정을 살펴보면 81년 1월 임시총회에서 장애자주일 제정 문제를 논의했으나 결론을 유보한 채 추후 주교들의 서면 동의를 얻어 2월 1일자로「심신장애자는 우리 모두의 형제」라는 제목의 주교단 메시지를 발표하면서「장애자의 선교문제와 복지문제에 대한 전교회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금년도에 한하여 장애자주일로 제정한다」고 밝혔었다.
이 과정에서 나타나듯 당시 주교회의는 장애자주일 제정에 있어 장기적인 대책수립보다는 국제연합의「세계 심신장애자의 해」에 부응하는 정도의 소극적인 자세로 임했음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장애자주일은 한국교회의 특별주일 가운데 유일한「일회용 특별주일」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수립하면서 당해에 끝내는 아쉬움을 남겼었다.
금년 5월 세째 주일인 오늘 17일은 지난 81년 주교회의가 장애자주일을 제정했던 그해 5월 세째주일의 17일과 일치하고 있다.
다만 81년 5월 17일 세째주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장애자를 특별히 기억하면서 뜻 깊은 행사를 치른 반면 금년 5월 17일 세째주일은 일부 교구에서만 장애자를 특별히 기억하는 것이 크게 차이가 나고 있다.
장애자주일이「세계 심신장애자의 해」당해의 관심과 기념으로 끝난 것은 장애자들의 최대목표인 사회 복귀 및 통합 문제의 어려움을 과소평가 하였거나 회피하려 했다는 지적을 받아 마땅한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교구가 81년 장애자주일 이후에도 계속해서 매년 5월 세째주일을 교구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장애자주일로 지내오는 동안 최근에 몇몇교구가 이에 동조, 장애자주일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물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범을 따라 그동안 장애자문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실천해왔으며 특히 80년대에 들어 그 활동은 두드러지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 가톨릭장애자복지협의회 요람 1986년 자료에 의하면 전국의 장애자 시설 및 단체는 46개소인데 그중 67.4%인 36개 시설 및 단체는 80년대에 설립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자 복지시설 및 단체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장애분야별 전국기구는 시각장애 분야인 가톨릭맹인선교회가 유일하며 다른 장애분야는 전국적인 단체로서의 골격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장애자의 재활을 위한 각종시설도 중요하지만 재활시설에서 교육을 받은 장애자를 이사회가 외면하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 장애자 시설에서의 교육은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장애자의 사회 복귀 및 통합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자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 사회의 문호를 개방시키고 장애자에 대한 이사회의 폐쇄성 타파가 시급한 과제인데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것이 장애자 스스로가 주도하는 각종 장애자 단체이다.
따라서 장애자주일의 공식제정과 함께 장애자 문제를 폭넓게 계몽시키고 장애자 문제와 관련된 입법ㆍ행정적 침해 사례의 수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가기위해 우선 교회 내 장애자 단체설립을 적극 추진하고 이를 육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회 내 장애자 단체의 적극육성은 그 어떠한 우수한 시설 못지않게 장애자 문제를 통한 사회선도와 복음선교에 큰 역할을 해낼 것이다.
그리고 최근 명동성당의 입구언덕 정비, 성산동ㆍ화양동성당의 장애자용 엘리베이터 설치는 장애자 편의를 위한 교회의 작은 노력으로 빛나고 있다.
차제에 모든 성당을 비롯 교회관계 건물의 신축 및 개축시에는 장애자 이용이 용이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계획이 수립돼야하리라고 본다. 장애자 문제는 이러한 작은 일의 실천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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