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성월(聖月)을 맞아 요즘 각 본당에서는 성지순례행사가 한창이다. 혹독한 박해에도 굽힐 줄 모르는 신앙심으로 꿋꿋하게 지켜온 선조들의 신앙열정으로 오늘날 우리는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우리 신자들은 선조들의 삶의 발자취를 더듬어서 그분들의 신앙을 본받고 앞으로도 계속 우리들의 신앙을 지켜나가리라고 다짐한다. 따라서 그분들의 삶이 드러나는 성지에 우리 신자들은 적어도 한번쯤은 순례하는 것이 마땅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러한 성지순례가 차츰 유희성이 짙은 순례가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성지순례를 떠나는 각 본당에서는 대부분 관광버스를 이용하는데 일부 신자들이 단풍놀이로 착각할 정도로 본래 의미를 잊고서 버스 안에서 심하게 떠들고 심지어 격렬한 몸부림까지 곁들이고 있다.
단순히 본당신자들끼리 야유회처럼 놀러간다면 이런 일은 다소 묵과될 수 있지만 그래도 성지순례인데 선조들의 무덤에 참배하고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겠다고 굳게다짐하곤 생활현장으로 오는 순간에 그 다짐은 다 어디로 갔는지… 심하게 떠들고 춤까지 곁들인다는 것은 좀 자제해야 되겠다.
많은 성인을 모시고 있는 한국 신자로서 전세계에 드러나게 모범을 보이지는 못할지라도 성지순례를 통해 스스로 순교자의 삶을 본받아 참된 신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죄 없이 피 흘린 순교성인들께 부끄러운 후손이 되지 않도록 스스로반성하고 힘써야 할 것이다.
김경숙<대구시서구 죽전동142>
■ 고침=본호1621호(88년 9월 11일자) 5면「빛을 심는 사람」의 이은자씨를 김은자씨로 바로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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