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시30분 우리들의 새벽기도가 시작된다. 감실 앞에 옹기종기 모여않아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께 사랑과 신뢰의 조배를 드림으로써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
삼종을 드리는 이 기쁨, 복음 성경을 읽고 묵상하노라면 주님의 음성이 가슴 가득히 퍼져 마음이 뜨거워지는 순간순간들, 한 달에 두 번오시는 신부님을 기다리며 우리는 그 허전함을 감실 앞에서 달랜다.
조용히 눈을 감고 묵주알을 굴리고 있노라면 우리 어머니와 함께 환희하며 괴로와하고 그리고 그 영광에 동참한다.
아! 가슴 설레는 새벽 조국을 바치고, 가정을 바치고, 병든 이를 위하여, 냉담한 이를 위하여 그리고 주님 모르는 이웃을 위해 우리는 아버지께 애원한다.
벌써 5시40분, 신을 신고 뜰에 내리면 동굴 속의 성모님께서는 푸르름 안에 싸여 두 손 모으시고 우리를 기다리신다.
「어머니 벌써 먼동이 텄읍니다」미소를 머금은 자애로운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는 성모의 성월을 부른다.
풀잎의 이슬은 반짝이는 다이아몬드, 여기저기에 피어있는 꽃들은 하느님의 미소, 푸른 5월의 하늘이 성큼 눈앞에 다가온다.
탐스럽게 핀 작약, 철쭉 꽃은 그 화려함이 아직은 조금남아 좋고, 짙은 보라빛 난초는 그 고상함이 비할 데 없다. 수많은 봉오리 가지마다 피기를 기다린다.
조물주의 신비여, 매일 새벽 아름다운 새소리가 들여온다. 동굴 옆 나무가지에 앉아 목청을 높인다. 종탑 위 꼭대기에는 까치가 와서 앉는다.
모두 모두 주를 찬미하여라.
대나무 담에 찔레가 수도없이 봉오리를 내밀고 담 넘어 보리밭에는 이삭이 탐스럽다. 탁트인 시야로 고속도로는 일직선으로 뻗어 저 끝 다음 곳에도 형제들이 새벽미사를 드리고 있겠지.
꽃밭에 풀을 뽑으면서 잡초같은 인생이 되지 말기를 다짐한다. 오늘 하루도 축복의 날이 되리. 70계단을 올라서서 바라다보는 언덕위에 하얀 집, 우리공소는 참으로 경치가 좋다. 사랑하는 이 공소에 사제관을 짓고자 우리는 푼푼이 저금한다. 89년에는 기필코 사제를 모시리.
본당으로의 발돋움하는 이 아름다운 진교공소를 형제들이여 기억하시라. 멀지 않아 다알리아도 코스모스도 이 뜰을 메우리라. 그리고 우리들은 꽃 속에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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