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따라 부활절 다음날이었던 곡우(태양의 황경이 30도)가 지나가고 보름 후에 입하(곡우와 소만 사이에 있는 일곱 번째의 절기)가 다가오지 온산과 들녘이 초록빛 옷을 입고 못자리의 모들은 키내기를 하고 있었어요.
「농부님, 내가 더 크지요?」
「아니요. 내가 훨씬 더 크지요?」
여름의 천사는 싱그러운 미소를 머금고 뉘집 담장가를 서성이면서 다음 노래를 듣고 있었읍니다.
그 엄마 돌아가신 내 친구 봄메는 너무 슬퍼 병이 나서 자리에 누웠죠.
온갖 약도 좋은 것도 듣지 않아서 내 친구 얼굴은 그믐달이 되었지요.
그 소식 전해들은 담임 선생님 여남은 마리 닭을 안고 찾아 소셨죠.
날마다 새벽마다 닭 울음 소리 꼬끼오 꼬끼 꼬끼 꼬끼오 꼬끼 봄메는 생각으로 많은 것 보았지요.
오랑캐꽃 빛깔의 이른 새벽 하늘 동녘하늘 저 끝에 세수하는 해님 숲 속 옹달샘에 눈 비비는 개구리 뒷숲의 떡갈나무 등지 위에선 엄마, 아침이 밝아 와요 밥을 주어요.
아기까치 엄머에게 맛난이를 조르는 그런 풍경 자꾸 자꾸 떠올랐지요.
꼬끼오 꼬끼 꼬끼 꼬끼오 꼬끼 날마다 새벽마다 닭이 울었죠.
그때마다 내 친구 밥이 먹고파 아침 일찍 이러나 밖을 나갔대요.
뜨락을 비질하고 나무에물 주고 집에서 학교에서 뛰노는 사이에
내 친구 두 뺨이 딸기빛깔 되었네.
내 친구 두 빰이 장이빛 되었네.
가장 좋은 오월달 스승의 날 내 친구 잘 가꾼 장미꽃분 바치니 선생님 봄메를 꼭 껴안아주었어요.
내 눈에는 자꾸만 이슬이 맺혔고요.
그로부터 얼마 후에 소만
(태양의 황경 60도)이라는 이름의 여름의천사가 흰나비 노랑나비가 춤을 추고 무장다리 꽃과 배추꽃이 활짝 핀 밭 언덕을 서성이고 있었읍니다.
또 다른 여름의 천사들이 꽃창포를 머리에 꽂고 물빛 치마를 입고 머리엔 앵두와 살구, 자두가 가득담긴 바구니를 이고 꽃나비가 달려가는 언덕 위를 서성이고 있었을 때, 뉘 집에서도 또 다음과 같은 노래들이 흘러나오고 있었어요.
두 그루의 큰키 나무 은행나무 옆 한그루의 호도나무 높이 자라죠.
아빠 엄마 심으신 나의 돌나무 내 키의 스무 갑절 높이 자랐네.
한여름엔 뜨락을 온통 뒤덮고 가을에는 호도를 마구 뿌리죠.
오월달 다섯째날 어린이날에 아빠가 그네줄을 매어주셨네.
엄마는 예쁜 리본 달아주시며 푸른꿈 가슴 속에 가득담아라.
친구들이 몰려와서 그네타면서 푸름속에 푸른꿈을 가꿔가지요.
그네타는 얘기를 편지에 담아 양치는 소녀가 많다는 고장 알프스산 기슭에로 보내고파라.
가을에 호도 열매 보내겠다고 나 대신 나의 나무 호도 열매가 낯선 나라 숲 속에 나들이 가서 거기에서 뿌리 내려 잘자라며는 아름다운 새들이 깃들겠지요.
알프스의 마로니에 여기에 오고 세계는 한 형제 한데 뭉쳐서
저마다 제 나라의 예쁜 옷 입고 손에 손을 잡고서 춤추고파라.
그리고 그로부터 두 주간이 지났을 때 소만 천사의 앞으로 모추미를 담은 소바리가 다가오고 있었읍니다. 열세번째 절기인 망종과 함께…
「어딜 가요? 벼모종 아기들!」
「홋호호 보리님, 우린 이사를 가는 거예요. 저 넓디넓은 호수로 말이지요.」
「그래요? 축하합니다.」
「참으로 고맙습니다.」
「우리들이 즐기던 이곳에서 좋은 여름을 즐겨주세요. 이 강산의 해와 달이 얼마나 정다운지.」
「안녕히, 안녕히! 큰 보람을 누리셔요.」
따라서 오월이 기울고 유월이 성큼 다가오려 하고 있었어요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