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 보신탕 좋아하세요?』하고 묻는 신자처럼 촌스러워(?) 보이는 사람도 없다. 수년전 우리 주교님께서 보신탕을 못먹는 신학생을 보고『보신탕 못먹으면 신부못돼』하시면서 권하는데도 끝내 안먹던 신학생이 외국유학을 가서 신부수업을 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만큼은 하느님의 섭리가 보신탕 못먹으면 신부로 부르시지도 않는가 보다.
내가 있는 공소의 한 자매님이 신부를 위하는 마음에서 작은 강아지를 하나 키우고 있었다. 나는 만날적마다 『많이 컸어요?』하고 물어보면 『신부님, 요만해요』하면서 두손바닥을 오므리며 내놓더니 몇달새 두손바닥 사이가 점점 더 커졌다. 이제는 좀 시간을 내서 영양보충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어느날 그 자매님을 만났다.
나는 늘 하던대로 『그놈 많이 컸어요?』하고 묻자 항상『신부님, 요만해요. 신부님 요만해요』하던 그 자매님이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청천벽력같은 대답을 하신다.『신부님, 미안하지만 찬장 샀어요』『뭐, 찬장요?』하고 소리칠뻔 했지만『아, 잘하셨읍니다. 본래 강아지는 키워서 살림밑천 찬장 사는거래요』하며 아무것도 아닌척했으나 그날은 유난히 발냄새를 맡아도 구수한 보신탕냄새가 내 코밑을 떠날줄 몰랐다.
내 어렸을때 어머님께서 더위를 피해 나무그늘밑에 있는 강아지를 보시며『저놈은 키워서 찬장 사고, 저놈은 치워서 보리쌀 사고』하시던 말씀이 생각나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말이다.
사실 요즈음은 말로만 한몫보는 세상인지라 몸으로 때우느라 땀흘리며 애쓰는 이를 미련하게 보는 세상이 아닌가! 찬장을 사고싶어 키우던 강아지를 신부를 위해서 키운다고하는 말과, 호헌을하고 싶어 키우던 속임수를 국민을 위해 호헌하는 것처럼 떠드는 말들이 비교가 된다면 그 깊은 꿍꿍이 속을 탄가루나 먹고사는 순진한(?) 신부가 어떻게 헤아릴 수 있을까!
그러나 오늘도 어디선가 나를 위할 강아지가 자라고 있듯이 오늘도 어디선가 국민을 위할 민주헌법이 자라고있지 않겠는가! 찬장을 샀다던 자매님의 모습이 너무나 순수했던 것처럼 호헌을 하겠다는 형제들이 마음을 비우고 순수해질 수도 있지않겠는가!
강아지가 마음이 변하여 찬장을 산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여 샀노라고 솔직함을 보여주던 그 자매님처럼 국민의 마음이 변하여 호헌을하게된 것이 아니고 자기들이 원하던 것이라고 솔직이 말하는 형제들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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