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병민이는 민호 엄마를 불렀읍니다.
『학교갔다 오는구나. 우리 민호 민수는 아직 안 오니?』
민호 민수 엄마는 병민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읍니다.
『와요. 그런데 아줌마…』
병민이는 무슨 말을 입속에 넣고 망설였읍니다.
『왜? 민호와 민수가 또 싸움박질하니?』
『아뇨』
병민이는 민호 민수 엄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읍니다.
『그럼?』
민호 민수 엄마는 아주 부드럽게 물었읍니다.
『오늘 학교에서 엄마 얼굴을 그렸는데요. 민호는 할머니 얼굴을 그리구요, 민수는 귀신 얼굴을 그렸어요. 그래서 선생님한테 혼났대요.』
병민이는 말을 끝내고는 재빨리 집 쪽으로 뛰었읍니다.
민호와 민수는 쌍둥이입니다.
민호는 형이고 민수는 동생인데 2학년 하고도 같은 반입니다.
「뭐? 그 애들이 내 얼굴을 귀신과 할머니 얼굴을 그렸다구…?」
민호 민수 엄마는 고개를 갸우뚱했읍니다.
민호 민수 엄마 그러니까 쌍둥이 엄마는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사면서도 민호와 민수가 그렸다는 엄마 얼굴에 자꾸만 마음이 쏠렸읍니다.
「어디, 오늘 학교에서 그림 그린 것 가져와봐라.」
하고 싶었지만 엄마는 꾹 참고 민호와 민수가 잠들기를 기다렸읍니다.
엄마가 기다리던 밤이 되었읍니다.
달빛이 살포시 민호와 민수 방에 나란히 내려앉을 즈음 둘이는 나란히 누워 코르르 코르르 잠속에서 꿈을 찾았읍니다.
엄마는 도둑고양이처럼 살며시 아이들 방에 들어가 책가방을 가져다 그림을 보았읍니다.
민호가 그린 엄마의 얼굴에는 지렁이가 꿈틀꿈틀 기어가는 듯한 주름살이 많은 할머니 얼굴이었읍니다. 또 민수가 그린 엄마의 얼굴은 머리를 길게 흐트리고 이빨이 삐죽삐죽 나온 정말로 흉칙한 귀신의 얼굴이었읍니다. 엄마의 가슴은 울렁거리고 방망이질하는 것 같았읍니다.
「아냐, 내 얼굴을 그린게 아닐꺼야.」하고 자꾸만 마음을 돌리지만 눈만 감으면 할머니의 얼굴과 귀신의 얼굴이 자꾸만 떠올라 잠을 설쳤읍니다. 해님이 웃음을 터뜨리는 아침이 되었읍니다.
민호와 민수는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밥상 앞에 나란히 앉아 밥을 먹었읍니다. 엄마는 두 아이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며
『너희들 어제께 학교에서 그림을 그렸다며?』
엄마 물음에 민호와 민수는 서로의 얼굴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읍니다.
『무슨 그림을 그렸는지 어서 말해보렴.』
『저어…엄마 얼굴을 그렸어요.』
민호가 얼굴을 푹 숙이고는 말했읍니다.
『그래, 엄마 얼굴을 예쁘게 그렸니? 그 그림 엄마 좀 보여주렴』
『혼낼라구 그러죠?』
『혼내긴? 엄마 얼굴을 그렸는데 왜 혼을 내겠니?』
부드러운 아버지 말에 민호는 할 수 없다는 듯 그림을 가져왔읍니다.
『아니 이건, 엄마의 얼굴이 아니라 할머니 얼굴이잖니?』
민호의 그림을 본 아버지는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읍니다.
『엄만 할머니가 살아계셨을 때 하시던 집안 일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하실 때마다 할머니 같단 말예요. 그래서 할머니의 얼굴을 그린 거예요.』
민호는 차근차근 말했읍니다.
『그래 그래, 엄마를 보고 할머니 생각이 나서 엄마 얼굴 대신에 할머니 얼굴을 그린거란 말이지?』
아버지 말씀에 민호는 아무 말없이 머리만 끄덕였읍니다.
『그럼 민수 그림도 좀 볼까?』
민수는 좀처럼 그림을 보여 주려하지 않다가 아버지가 어떻게 그렸든 혼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그림을 가져왔읍니다.
『아니, 이건??』
아버지는 깜짝 놀랐읍니다.
『민수야, 이건 귀신 얼굴이 아니니?』
민수는 울상이 되어 잠자코 있다가 아버지 품에 와락 안기며 말했읍니다.
『신나게 놀 때 공부 안한다고 때릴 때 엄마 얼굴이 꼭 도깨비 같단말야. 엉엉…』
민수는 아버지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렸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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