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사상 유례가 없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올림픽을 개최하고 있다. 지난 몬트리올림픽 이래 12년 만에 처음으로 동서진영, 남북국가 모두가 참여하는 세계사의 이정표를 설정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러한 세계적인 문화행사 때문에 그동안 금시기 되었던 사회주의 국가의 다양한 풍물이나 문화를 접하게 되었고, 외교관계가 없는, 우리와는 적성 국가였던 여러 나라들의 선수나 관객들까지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 실로 문화교류를 선두로 한 문호 개방의 열기가 사실상 올림픽경기를 중심으로 놀랍게 이루어지고 있다. 세계인모두가 흥분의 도가니로 빠지고 있는 세계 인류의 대축제에 같은 문화와 같은 단일민족인 북한 선수들이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어떠한 정치적 이념으로 전가시키기에 앞서 우리의 깊은 성찰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물 쓰듯 엄청난 경비를 들여서 우리와 다른 민족국가들, 구만리나 떨어진 다른 선수들까지 초청해 우리에게 벅찬 온갖 봉사와 예의를 다 갖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남북으로 나누어진 우리 단일민족의 공동올림픽을 성공시켜 민족의 한풀이의 한마당이 되지못한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라도 변명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가 어떤 내부모순에 의해서나 외부모순에 의해서 이루어진 결과라 치더라도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우리의 역량과 국제적 위상을 우리 스스로가 재정리해야 할 때라고 본다.
두말할 것도 없이 올림픽은 운동경기를 통해서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세계여타 민족국가들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실시되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보면 국제적 관계 하에서 통일올림픽이 되지 못하고 분단올림픽이 이루어지게 되었다는 점과 국내적으로 6백여명에 이르는 정치범과 여타의 구금자들을 방치한 채 이루어진다는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을 당근 질하고 있다. 온갖 매스 미디어가 귀신에 홀려 춤추는 여인처럼 올림픽의 화려한 모습을 만천하에 소개 하려는 자세가 정보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화려한 축제에는 항상 음지가 있기 마련이다. 최근 올림픽을 안전하게치루도록 하기위해 문제 지역에 설치한 평화구역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포함된 일부지역은 올림픽을 무사하게 치룰 수 있도록 미리 예방하는 소요사태가 발생할만한 지역들이다.
올림픽 손님들에게 이름다운 서울, 발전과 웅비하는 서울모습을 보여주기에는 미관상 도시빈민지역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말하자면 타고난 운명도 슬프고 그동안 경제성장의 소외계층일뿐더러 설상가상으로 올림픽 때문에 삶의 터전이요, 보금자리들까지 모두가 철거되었고 생존권을 주장하고 외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지역들을 봉쇄하는 것이다. 이러한 곳에서 살고 있는 소외된 계층에게는 올림픽은 원망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오늘 내일의 생계나 주거환경이 박탈된 이들에게는 화려한 올림픽이 결코 축제의대잔치일수가 없는 것 일게다.
여기에서 헛소문이기를 바라지만 항간에 떠도는 얘기는 올림픽의 입장, 폐회식 입장권하나가 몇 백 만원은 고사하고 웃돈까지 불어서 몇 천 만원까지 호가한다니 이것은 모든 사람이 같이 즐겨야하는 평화의 축제가 아니고 가히 투기의 축제라고 해야할 것이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소수의 가진자들 만이 참여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올림픽이 되었으니 이것을 민족의 축제이니 한풀이의 한마당이 될 것으로 믿었던 것이 분명 잘못이다.
이러한 올림픽을 위해서 정치ㆍ경제ㆍ사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모여 있고, 특히나 정치적 현안 문제가 산더미같이 야적되었는데도 정치의 장인 국회까지 정치휴전을 선언하니 이제 서울 올림픽이 아니고 대한민국 올림픽으로 둔감하고 말았다. 마치 우리역사가 올림픽을 위해서 반만년을 지탱해왔고 그 숱한 민족적 역경을 극복해온 듯하다. 또한 우리는 올림픽이 우리에게 많은 변화와 새로운 세계사적 도약을 그리면서 온갖 매스 미디어는 우리에게 춤추듯 손짓하고 있다.
문득 지난 20여년간의 경제제일주의의 통치 이데올로기 하에서 보여준 한두 가지의 경험들이 스쳐간다. 그것은 바로 국민소득 1천불대를 넘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듯이 얼마나 우리 귀를 울려왔는가. 수출 1백억불대를 넘어서면 수출왕국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 세계의 어떤 위치가 된다고 얼마나 귀가 아프게 들어왔는가? 이러한 지배 이데올로기 하에서는 인군도 자유도, 민족통일도 유보되어야 한다는 논리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무고하게 고통당했고, 관제 사회주의자로 취급했는가를 말이다.
이제 올림픽은 우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올림픽 다음에는 우리역사는 마치 단절이나 될 듯이 날뛰고 허우적대는 것도 과연 무엇을 우리에게 의미하는가? 이제 올림픽 다음에 우리에게 어떤 새로운 핑크색 목표물이 등장할지 자못 궁금하기 까지 하다. 이제부터 우리는 어느 한쪽만이 즐기기 위해 다른 쪽의 손발을 묶는 행위나, 어느 한쪽의 승리를 위해 반대편을 구금 연금시키기 일쑤인 획일적 문화를 청산해야 한다. 정치가, 경제가, 그리고 사회의 가치통념이 너무나 이러한 지배논리에 익숙해있다. 그리고 우리 자신들에게까지도 공존하고 같이 뛰고, 선의의 경쟁에 의한 페어플레이정신이 아쉬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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