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에게.
하늘이 한치는 높아졌다.
주변을 스치는 바람결은 어느덧 가을의 싸늘한 공기알갱이로 가득하다.
네가 아주 잘 불렀던 노래가 생각난다. 「가을은 사랑에 빠진 하느님 얼굴」그래, 정말 아름다운 이 계절은 하느님 얼굴 같아.
지난번 어버이날 너의 집에 가서 네가 보낸 편지 보았어. 잘 살구 있더구나.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 너의 삶을 봉헌한 자랑스러운 내 친구야! 네가 놓는 한 땀의 수가 네가 읽는 한 줄의 성서가 하느님을 찬미하는 몸짓이 되기를 기도할게….
네가 수녀원에 입회하던 날, 나는 너를 만나볼 수 없었지. 지금도 너의 덤덤하고 성숙한 작별의 인사 앞에 섭섭하고 허전해서 울어버린 내가 많이 부끄럽다. 이별을 늘 준비한 너 앞에 나는 참 못난 둥이 친구였다.
어려서부터 항상 곁에 있었던 친구라 우린 잘도 다투어댔지만 나의 고집과 투정을 넌 늘 참아주었었지…
찬바람이 불면 너의 맑게 진 영혼은 더욱 단단히 영글어가겠지? 하느님의 동산에서 예쁘게 뛰어다니겠지?
우리네의 삶은 순례라고 저 높은 곳을 향해 뛰어가겠다던 너의 말들이 이 가을엔 새삼 새로웁다.
하느님과 씨름을 해서 축복을 얻어낸 야곱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방향감각을 얻으려고 힘들어한다.
안젤라! 참 복된 몫을 찾아 총총히 떠난 너의 용기를 사랑한다. 너의 자리를 미리알고 마련하신 하느님께 감사를 드린다.
아침부터 저녁까지의 일상 속에서 부딪히는 상황들을 껴안고 사랑해야하는 우리의 날들을 엄청난 성실함으로 풀어 가야겠지?
사랑하는 친구 안젤라!
기도로 만나면 많이 못 보아도 섭섭하지 않을 것 같다.
서로가 살고 있는 삶의 자리를 조그만 기쁨으로 채워 가면 아마도 우리는 함께일 것 같다.
건강 조심해!
박 소피아<서울시도봉구 미아2동791-2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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