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아련한 추억 가운데 거짓말로 인한 가슴 두근거림과 그에 수반되는 약간의 짜릿한 흥분, 그 결과로 감당해 내야만 했던 체벌(體罰)과 체벌후의 시원함과 상쾌함을 한 두번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철모르던 어린 시절의 이같은 거짓부렁은 그리움 같은 향수를 느끼게 하곤 한다. 그런데 거짓말도 경우에 따라서는 죄악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나아가서는 필요한 거짓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한 거짓말이나 무해한 거짓말은 어린 아이적 심성에서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뿐만 아니라 공익을 손상치 않아야 하는 전제 속에서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거짓말들은 진실을 고백하고 잘못을 뉘우치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될 때 털어놓으면 용서받고 이해될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소위 「박종철군 사건」이 축소조작ㆍ은폐되었다는 진실이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세상이 온통 시끄럽다. 거짓말을, 그것도 권력의 상징으로 대변되는 경찰 권력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이 기가 막혀하고 있다. 게다가 경찰의 상급기관인 검찰권위도 이 의혹에 휩싸여 『아니다』고 강변하지만 민(民)이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않으니 참으로 딱한 일이 아닐 수없다. ▼거짓말에 등급을 매긴다면 단연 「새빨간」거짓말이 첫손가락으로 꼽히는 「새빨간」은 「전혀 터무니없는」「얼토당토않은」「가당찮은」으로 풀이된다. 새빨간 거짓말은 새빨간 빨갱이들의 전유물인 것으로 배워왔다. 그런데 이러한 새빨간 거짓말이 거짓을 응징하고 단죄하는 기관이 저질렀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경악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이 사건의 여파로 국무총리ㆍ부총리를 비롯 내각의 요직이 개편됐다. 이를 두고 인책 성격을 띤 경질, 민심수습책이라고들 얘기한다. 그러나 거짓말을 상쇄할 수 있는 길은 개각이 아니라 진실규명에서 찾아야한다. 거짓말은 불신(不信)을 필연적으로 잉태한다. 유신말기 정부에 대한 극에 달한 불신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났는지 반추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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