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세상이 박종철군 고문 치사범인 축소조작ㆍ은폐의 이야기로 뒤덮여 있다.
너무나 기막힌 일이라 모두가 벌인 입을 다물지 못하고 기가 막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범죄에 대한 수사상 기술적인 측면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이번사건 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진실이 밝혀지기를 목말라하고 있다.
국민의 보호자가 돼야할 경찰이 비인간적ㆍ비민주적 처사의 대명사격인「고문」으로 살인을 하고, 그 결과를 호도 축소하기위해 조작 은폐한 것은 그 무엇으로도 변명할 수 없는 중대 범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박군사건의 범인 축소조작ㆍ은폐사건은 그 사건의 정체가 감지되고서도 끝까지 조작하기위한 공작과 회유책이 계속되었다는데서 경악을 금할 수 없으며 일말의 동정심마저 받을 수 없는 양심을 저버린 행위로 규정지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제는 구차한 변명이나 해명을 하려는 자세는 지양돼야 한다. 이러한 판국에 변명은 오히려 가증스러움만을 가중시킬 뿐이다.
물론 저지른 사건의 파장이 너무나 엄청나리라는 것을 예측하고 그 위기를 벗어나보려는 본능적인 자구책의 결과라는 점은 어느 정도 이해된다. 그러나 이러한 자구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스스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청했던들 국민들의 분노가 이렇게 지속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되는 때 과감히 도전해야한다. 늦었다고 자포자기하거나 자기 방어를위해 술수를 부리다가는 헤어날 길을 잃어버리고 마는 법이다. 이제라도 겸허한 자세로 속 시원히 모든 것을 털어놓고 용서를 빌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이 아픔으로 가슴에 구멍이 뚫린 국민들의 가슴을 달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이번 사건은 여러 가지 배경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구조적ㆍ제도적 권력의 부패에 있다고 본다. 권력을 행사하는 이들이 말단에서부터 최상급자에 이르기까지 각자 맡은바 임무를 양심껏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돼있었다면 이러한 엄청난 불행은 미연에 방지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범인이 은폐ㆍ조작되었다고 세상에 폭로한 것은 정의 구현 사제단 이었다.
이번 사건의 폭로로 정의구현사제단이 갑자기 뉴스의 각광을 받게 됐다. 이미 13년 전에 결성, 대사회 강경발언과 인권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온 정의구현 사제단은 이번에 박군 사건의 은폐조작 사실을 만천하에 공개, 그 명성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순교자적 사명과 각오로 이번 사건의 진상을 밝힌 정의구현 사제단의 노고에 진심으로 박수를 보낸다. 사제단이 이같은 큰 일을 해낸 것은 그동안 꾸준한 자기 쇄신과 연구 활동이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결코 이번의 쾌거에 자만하지 않고 더욱 겸손의 덕을 쌓아나가면서 이 민족에게 「구원의 빛」을 비추는 사제단이 되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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