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지난 9월 25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한국천주교회의 순교성지와 초창기 교우촌 등의 유적지 및 그 주변지역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야한다는 교회 내 여론을 보도한바있다.
그 이유는 순교생지나 유적지등이 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돼야 성지나 유적지로서의 본래모습을 보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내용에 따르면 국내 천주교 성지나 유적지들은 모두가 산림보전지역, 경지지역, 취락지역, 도시계획지역, 개발촉진지역 등으로 용도가 지정돼 있어 성지로서의 적법한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돼있다는 얘기다.
이들 지역들은 지주(地主)가 마음대로 땅값을 인상하거나 매매행위가 이뤄질 수 있으며 술집이나 상가 등이 들어서 유흥장내지는 위락장화 될 수 있어 성지로서 제대로 보존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교회가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아야할 성지나 유적지는 지리적으로 산을 많이 끼고 있는 천진암 한리 미리내 중바위 배론 배리 남양성지로 일단추산 되고 있으나 앞으로 성지나 유적지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이 드러나면 물론 추가되어야할 것이다.
우리는 다 같은 종교의 성지이면서 불교는 큰 사찰은 물론이고 소규모 사찰까지도 모두 자연환경 보전지격으로 법적 보호를 받고 있는데 천주교는 왜 그렇지 못한가에 대해 우선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불교는 한때 이 땅의 국교이기도 했거니와 오래전부터 현재의 사찰들을 소유해온 기득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만으로 교(敎)가 다른 성지를 차등대우 받는 것은 합당치 않다고 본다. 우리 교회도 2백년이 넘는 결코 짧지 않은 뿌리를 이 땅에 박고있지 않는가. 문제는 우리 교회 편에 더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우선 교회당국자들이 성지나 유적지를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는 그 같은 법적보호책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고 있는가하는 것이고, 알고 있다면 왜 빨리 손을 쓰지 않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천주교의 성지나 유적지등을 꼭「자연환경 보전지역」으로 지정받아가면서까지 보존할 필요성이 있는가하는 견해와 시간의 차(差)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위에 열거한 성지나 유적지외에도 더 유명하거나 교회사적으로 더 중요한 곳들도 시내중심가에 작은 땅을 차지하고 있거나 아예 기록만 남아있을 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현실을 긍정 내지는 방관하는 태도가 우리 교회 내에 없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당대로서 신앙을 끝낼 수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오늘날 신앙을 보존하고 있음은 우리의 선조신앙인들 덕분이며 오늘을 사는 우리는 내일의 후손들에게 선조들의 신앙유산을 물려주어야할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바로 이 선조들의 신앙유산은 그들이 함께 모여 살았고 그곳에서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성지와 유적지를 잘 가꾸고 보존해 물려주는 일 이외 더 값지고 훌륭한 유산도 없을 것이다. 한국주교회의나 전국 평협 혹은 순교자현양사업과 성지개발 및 보존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 등이 조속히 이 일에 앞장서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