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프로테스탄트 신자생활에서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며 공허한 마음을 채울 길을 찾던 나는 5년 전 부터 가톨릭에의 입문을 망설여 오다가 86년에 신자가 되는 것을 제1목표로 정하고 교리반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해에는 아시안게임 때문에 시간내기가 몹시 어려웠지만 교리와 미사시간을 꼬박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나의 희생보다는 꼭 신자가 되겠다는 집념 때문이었다. 그 뒤 우여곡절 끝에 성탄절을 기해 바오로라는 이름으로 새로 태어났다.
영세의 환희와 감사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바쁜 생활을 이유로 겨우 주일미사에 참여하는 정도로 나태해지는 나를 사랑의 주님은 당신 곁에 정말 가까이 오라고 부르시는 방법을 택하셨다.「요추간판 탈출증」으로 병원에 입원해서야 나는 다시금 주님의 부르심을 깨달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야말로 매일 매일 자신을 봉헌하는 생활로써 부르심에 차츰 응답하려고 애썼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수술실에 들어갈 때도 주님께 의탁함으로써 두려움과 초조함을 떨쳐버릴 수가 있었다. 처음으로 내가 그리스도신자라는 사실이 무척 감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되었다.
『꼭 성공적으로 이끌어 주소서!』라고 기도하고 싶었지만 너무나 자신위주의 기도 같았고 감히 주님께 개인적인 욕심을 청하기가 두려워 그저『당신 뜻대로 지켜주소서』라고 할뿐이었다. 수술실에서 주님과 성모님께 의탁하곤 정신을 잃었다.
아직도 나는 너무 부족한 죄인이지만 우리 주님께서는 진정 가난을 자청 하신 분, 당신 사랑의 표지로써 가난을 택하신 분이시기에 이제는 주님의 가난을 주님의 고통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고 당신 자신을 송두리째 내게 주시는 주님의 사랑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주님의 십자가를 나의 것으로 받아들이며 지금 이 순간도 내가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게 하지는 않았는지 늘 죄스런 마음이다.
윤석중<국군대구병원 장교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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