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포켓속에 가득한 행복>이란 영화제목처럼 오늘만큼은 여러분 주머니속에 행복과 먼지만 가지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이 말은 내가『각설이 신부님 서울 잘 다녀오세요』하는 교우들의 인사를 받으며 성당을 짓기위해 서울 각 본당에 강론을 다닐때 주문처럼 외우는 말이다. 이제는 얼굴이 두꺼워졌다고나 할까. 용기가 좀 생겼지만 처음에는『이거, 내가 왜 이렇게됐나』하는 생각에 중풍환자처럼 다리가 떨리고 열병앓는 이처럼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
s본당에서 첫강론을 하고나니 돈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못했는데도 온몸이 땀으로 젖어있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커다란 쇠뭉치로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세상이 온통 노랗게 보였다. 눈치를 채신 본당신부님이『이 사람아, 이런 일 젊어서 못하면 영 못해. 그리고 자네가 뭐 피정시키러왔나, 돈 얻으러왔지. 좋은 말만 하려고 하지말고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말해』하시며 용기를 주셨지만 『술이나 먹고 술기운에나 하면했지 못하겠읍니다. 그냥 집으로 가고싶습니다』하고 말씀드리자『이 사람아 오기로 하게. 신부가 오기빼면 뭐있나』하시는 말씀에 오기라면「김오기」라고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나였는데 내가 왜 이리됐나 싶어 기왕왔으니 한탕(?)하자하고 마음을 든든히 먹었다.
그후 여러 본당을 다니며 『이번이 마지막이다. 이거, 어디 신부가 할짓이냐』하는 생각을 수없이 했지만 술장사 그릇장사 고추장사 산나물장사 등을 하면서 내가 하는 강론에 용기를 주려고 서울까지 쫓아와 광부복 차림으로 헌금바구니를 들고 서있는 교우들을 바라보노라면 알량한 자존심을 죽이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워 눈물이 왈칵 나왔다.
여러 본당을 다니며 또 많은 이들의 격려와 성금을 받으며 『신부가 이거 무슨짓이냐』하는 내 마음속의 알량한 자존심을 짓밟아버린 가슴 뭉클한 수많은 사연들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마는, 찹쌀미수가루와 쇠고기 장조림을 보내신 소포 속에 『돌담에 핀장미꽃 같은 신부님. 이건 신부님만 혼자두고 잡수세요…』하고 써내려 가신 어떤 할머니의 사랑과 순정의 글. 며느리에겐 잃어버렸다고 속이고 친구에게 자기 바바리를 10만원에 팔아보내시며 『신부님, 거짓말했으니 사죄경 해주세요』하고 써보내신 또다른 할머니의 애틋한 정성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또 서울 잠원동 성당문옆에서 껌을 팔고있던 각설이가 나에게 오기에 나는 눈치를 채고『거물 각설이(?)인 나에게 동전 각설이(?)인 껌팔이가 도움을 청하는군』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지자 그가먼저 돈 2천원을 나에게 주는것이 아닌가!『신부님, 고생많으시네요』하면서 건네주던 각설이 동업자(?) 그분의 사랑에 나는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돌이켜보면 하느님은 자존심 강한사람 기 죽이시는 방법도 참 여러가지구나하는 생각에 오늘도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아 이 성당 저 성당을 기웃기웃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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