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의 뿌리. 그것은 한 연약한 스물넷의 가슴에서 우러나온 간절한 믿음 그것이었다.
환호 감격 탄성이 하늘을 찌를 듯 절정을 이루면서 손안에 겨우 드는 작은 흰 공으로 세계를 꺾는 눈물의 순간이 지나가고 주인공인 양영자는 그 가슴 벅찬 영예를 오직 하느님의 영광으로 돌리는 감동까지 차분하게 보여주었다.『모든 것이 부족했습니다. 그러나 하면 된다는 하느님의 말씀을 믿고 따랐습니다. 하느님께 영광을 먼저 돌립니다』
그녀에게 믿음의 금메달을 하나 더 목에 걸어주고 싶었다.
아니 순서가 다르다. 그녀는 하느님의 은총으로 믿음의 금메달을 먼저 땄고 그 힘으로 다시 탁구의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무조건 경건히 감사하는 그의 눈, 떨리는 입술, 겸손한자세 그것이 바로 믿음의 금메달을 딴 그녀의 아름다운 자세였던 것이다.
진실, 그것은 언제나 사람을 울린다. 그리고 승리하고 마는 진실의 진정한 본질을 온 세계인류는 지켜보았던 것이다.
필자는 그녀 일생을 통하여 가장 화려하면서 아픈 쾌거의 인터뷰를 바라보면서 탁구의 승리와 함께 종교의 승리를 더불어 보고 있었다.
저것이야말로 사랑의 실천이라고 생각되었으며 그 순간이 실로 눈부시어 필자는 뭉클 내려앉는 가슴을 누르며 흐르는 눈물을 몇 차례 닦아내야만 했었다.
『고맙다』
순간 이 말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경건하게 말씀에 대한 완벽한 믿음을 고백하는 정신자세가 너무나 예쁘고 고마왔던 것이다.
「숭고한 직분」그렇다. 그는 자신의 직분을 충실히 책임졌고 그 책임은 목숨을 희생시키는 숭고한 것이었음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양영자 뿐만이 아니다. 현정화를 비롯한 모든 한국선수가 그랬다.
한국선수뿐만이 아니라 모든 나라의 선수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아니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코치 감독 심판보조자 경기를 지켜보는 응원자, TV로 시청하는 전 인류까지 모두 이번 88 서울올림픽의 참가자 들이다.
이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 직분을 충실히 해 낸 것이다.
설사 몇 나라가 불참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그들 가슴에서 올림픽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그들이 올림픽을 조금이나마 눈 여겨 보았다면 그들 역시 거리는 멀지만 함께 참여한 사람이라고 볼 때 그들에게도 숭고한 직분이 반드시 있었으리라고 믿고 싶다.
그것은 메달을 얻지 못한 패자에게도 역시 마찬가지다.
하느님의 말씀은 승리자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안타깝게 진 패자에게 하느님은 더 따뜻이 손잡아 주실 지도 모른다.
그래서「손에 손잡고」는 모든 인류와 함께 분명 하느님도 함께 손잡으신 축복의 올림픽을 증거하셨다고 나는 믿는다.
인간은 위대했다. 끝없이 뻗어나가는 인간의 무한한 힘을 우리는 이번 서울올림픽에서 분명 보았다.
6m를 훨씬 뛰어넘는 장대높이뛰기 다이빙 리듬체조 달리기 헤아릴 수 없는 갖가지 경기에서 인간의 무한한 여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던 것이다.
기계는 제아무리 정밀한 것일지라도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나 인간은 어떤 것에 집중하여 훈련시키면 무엇이나 가능한 초월성이 잠재해 있는 것을 다시 입증해 주었다.
하느님의 형상을 사람이 닮았다고 하는 이론을 경건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하늘에서 보면 인간은 모두 같은 것이다. 키 큰 사람 작은 사람 흰 사람 검은 사람, 자본주의 공산주의 색이 다른 사상을 지닌 사람도 같을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로 본다면 그래서 이미 인류의 탄생부터 거대한 통일은 이루어졌고 통일의 바탕에서 인류는 나뉘어졌으리라.
벽은 인간스스로 만든 것이므로 사랑의 활동으로 그 벽을 무너뜨려야 함은 이 시대 인간들에게 주어진 의무인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의 직분은 고귀하고 숭고하다.
선수와 감독과 코치와 심판 그 모두 경기를 지켜보며 어느 한 구석에서 박수를 보내거나 마음을 태우는 사람 모두 자신의 직분이 얼마나 숭고한 것인가를 깨달아야 할 때이다.
온 세상이 외면할지라도 진실한 믿음은 가장 허약한 가슴을 안고 영웅적인 형상을 쌓으며 외롭게 믿음을 키워 가지만 온 세상이 함께 믿음의 기적에 공감하며 찬미를 보낼 때 한 개인의 영광이 아닌 전인류의 영광으로 뻗어갈 것이고 그 거대한 통일의 찬미를 지켜보는 한분이 인간으로 하여 기쁨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 절망이나 고통으로서가 아니라 기쁨으로도 절대자에 이르는 길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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