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손 흔들면서 활짝 웃는 네 모습을 뒤로하고 떠나올 때 우리 부부는 흐뭇했다. 그러나 사수동모퉁이를 돌아섰을 때에는 까닭 없이 눈물이 흐르더구나. 휴가차 집에 들어서면서 네가 하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우리 집에 살다가 이 집에 오니까 집이 조그만 하다』
그래, 네가 살고 있는 수녀원을 우리 집이라고 표현하는 네 생각이 갸륵하구나. 소리, 소문도 없이 부모 곁을 떠나 살면서도 그곳 생활에 익숙해지고 자리잡혀가는 것을 생각할 때 정말 주님의 성소가 감사하고 또 감사 하구나.
헬레나야.
살인자 발랍바를 놓아주고「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하며 소리소리 지르던 군중을 항상 생각하여라. 그리고 예수께 가시관을 엮어 씌우고 갈대로 머리를 치고 침을 뱉으며 희롱하는 무자비한 군중을 묵상하여라.
2천년 전의 사실로써만이 아니고 오늘 이 순간에도 재현되고 있음을 직시(直視)하여라.
헬레나야.
어려움이 닥칠 때에는 십자가의 길 제6처를 자주 묵상하여라. 진실한 통회의 눈물로 주님의 얼굴을 깨끗이 씻어 드리게 하자꾸나. 옛날 예수님께서는 얼굴을 닦아 드리는 수건에 자기모습이 나타나게 하셨지. 고통스러운 모습을 새겨 주시면서 고통을 함께 나누는 신비를 가르쳐 주셨잖니?
헬레나야.
언제나 세속을 포기하고 하느님 옆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하고 항상 복음적 권고를 따라야 한다. 수녀원의 공동생활을 통하여 형제적인 일치를 훌륭히 수행하고 주어진 일을 기쁘게 맡아서 즐겁게 살아가도록 하자꾸나.「야훼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하시도록 예쁘게 착하게 살아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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