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적으로 밥을 굶는다는 것은 모든 욕망 가운데서 가장 원초적인 감정을 우리에게 가져다준다. 그것은 배가 고픔에서 파생되는 육체적 고통이요, 정신적으로는 희망의 단절을 의미한다. 진정 절실하게 배가 고플때 철학이나 신앙조차도 한날 사치에 불과하다는 것을 「레미제라블」이라는 소설의 주인공은 우리에게 웅변으로 나타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의 자랑스러운 신부님들이 사제로서의 양심을 바탕으로 폭력정치와 비민주성을 극복하기 위한 이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로 껴안으며 단식이라는 형태로 그분들의 사랑을 나타내 보이셨다.
신부님들의 단식기도에 즈음하여 나는 한 지구공동체의 책임자로서 또한 사도직 청년으로서의 순수한 신앙양심으로 그분들의 뜻을 지지하고 따르려는 의지를 나타내 보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이 우리 공동체 속에서 많은 신자들에게 극히 부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지고 나아가 부적합한 행위임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들이 내게 보인 반응은 한마디로 몸조심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의 염려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무엇을 위하고 누구를 위한 몸조심인가? 육체를 위함인가, 영혼을 위함인가? 참됨을 위함인가, 거짓을 위함인가? 나를 위함인가, 이웃을 위함인가?
눈감고 드린 기도를 눈뜨고 부정하는 일을 보면서, 우리는 정말 신부님들의 값비싼 헌신을 값없이 받아들이지 말아야겠다. 자신의 신앙 열정이 자신의 몸뚱아리를 한치도 벗어날 수 없다면 그 일로 우리는 고뇌해야한다.「몸조심 합시다」하고 자신을 은폐시키지도 말자.
신부님! 신부님! 우리 신부님 만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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