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이것 좀 잡숴 보셔요』
공부가 마악 시작되었을 때 맨 뒷자리에 앉은 동수가 벌떡 일어나 신문지에 싼 것을 꺼내들고 말했읍니다.
동수의 말에 교실 안은 더욱 조용해지고 반 친구들의 눈은 모두 동수에게로 쏠렸읍니다.
『뭔데? 어서 가져와 봐』
선생님께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셨읍니다.
동수는 그제서야 부끄러운지 머리를 긁적이며 궁뎅이를 쑥 빼고는 앞으로 나갔읍니다.
『저어…선생님, 호박 범벅인데요, 너-무 맛이 있어서 선생님 드리려고 조금 가져왔어요』
동수는 신문에 싼 것을 선생님께 드렸읍니다.
『호박 범벅?』
『호박범벅이 뭐야. 하하하』
『촌놈, 선생님께서 그런 걸 잡수실려구?』
반 친구들은 저희들끼리 쑤근거리며 한바탕 웃어 제꼈읍니다.
『조용히들 해!』
선생님의 말씀은 떠드는 아이들을 무겁게 내려눌렀읍니다. 선생님께서는 엉거주춤하게 서있는 동수에게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어어? 이것 선생님이 퍽 좋아하는건데…그런데 이런건 공부시간에 내놓지말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내놔야지. 알았지?』
하고 말씀하셨읍니다.
『식을까봐 그랬읍니다』
동수는 조그만 소리로 말했읍니다.「아무려면 선생님께서 그런걸 잡수실까? 」하고 생각하던 어린이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몰랐읍니다.
「도대체 호박범벅이 뭘까?」퍽 궁금했읍니다.
동수는 시골서 전학온 어린이입니다. 여느 친구와는 달리 머리를 짧게 깎았읍니다. 그런데다가 덩치가 커서 어디를 가나 유난스레 표가 났읍니다.
『야! 서울로 이사왔으니, 머리도 좀 기르고 해서 촌티를 벗어라』하고 친구들이 비양거리면『촌사람이 어떻게 서울사람이 되니? 그리고 머리를 길게 깎으면 이발을 자주하게 돼. 그러면 돈이 많이 들잖아』
동수는 왕방울만한 눈을 꿈벅이며 말했읍니다.
이상스럽게도 동수가 쩔쩔매었읍니다. 개구장이 용식이가 묻자,
『똥이 마려운데 변소가 없어』라고 대답했읍니다. 용식이는 골려줄 생각으로 『우리 학교는 오줌 누는데만 있고 똥 누는 데는 없어. 정 급하면 집으로 가든지 여자 화장실에 가서 실례하렴』하고 말했읍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마자 동수는 냅다뛰어 여자 변소로 갔읍니다.
『어머나!! 어머?』여자 변소에서는 난리가났읍니다.
동수는 볼 일도 못보고 교무실에 끌려가 끓어 앉았읍니다. 조금 있다가 담임선생님께서 오셨읍니다.
『동수야, 무슨 일로 여자변소에 갔었니?』
담임 선생님께서 물었읍니다.
『급해서 그랬어요』
동수는 겁을 잔뜩 집어먹고는 말했읍니다.
『뭐가 급해?』
『집 변소에 사람이 많아 그냥 학교에 왔는데 그만…』
『그러면 남자변소에 가지 왜 여자 변소에 갔어?』
『……』
동수는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는 잠자코 있었읍니다.
『어이 말해봐』
『선생님, 아무리 찾아봐도 똥누는 데가 없어요』
동수는 눔물을 훔치며 말했읍니다.
『그래서?』
『반 친구한테 물었더니 여자 변소에 있다고 해서 그만…』
『하하하?』
동수의 얘기를 들은 선생님들은 한바탕 웃었읍니다.
담임 선생님은 그제서야 빙그레 웃으며,
『선생님이 잘못했구나. 동수야 날 따라와라. 지금도 변소에 가고싶니?』
『아뇨』
『그래도 가자』
담임선생님은 동수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갔읍니다. 그리고는 양변기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읍니다. 동수는 양변기를 생전 처음 봐 변소가 아닌줄 알았던 것입니다.
『시골뜨기야』하고 불러도 씨익 웃으며
『왜』
하고 대답하고
『야 촌놈』
하고 불러도
『왜 그래』
하고 누런 이를 드러내놓으며, 싫은 기색이 아주 없이 대답했읍니다.
힘으로나 몸집으로나 동수를 당해낼 친구가 없었지만 동수는 놀리는 어린이들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읍니다.
반 친구들 마음에 동수가 점점 자리 잡힐 때였읍니다. 동수네가 다시 시골로 이사가게 되었읍니다.
『얘들아 나 진짜 촌놈 되러 시골로 간다』
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읍니다. 동수네반 친구들은 교실이 텅빈 것처럼 느껴졌읍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