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러 모양의 손님을 대해야하고 또 손님이 있든 없든 종일 가게를 지켜야하는 장사에 저는 곧 지쳐버렸습니다. 제 성격으로는 적응해가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약한 저의 믿음은 조그만 어려움에도 벌써 시들어갔습니다. 그래서 밤만 되면 가게에 혼자 앉아서 술을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점차 주량이 늘어가면서 다시 예전처럼 주사(酒邪)가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조금만 기분이 상해도 참지 못하고 집안 살림이나 가게 물건을 마구 부수어버리곤 했습니다. 술이 깨고 나면, 크게 후회하지만 술만 마시면 내가 내 자신을 억제하지 못했고 남들도 나의 이런 행동을 제지하지 못했습니다.
3년 동안 장사하면서 저는 완전히 정신병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목을 매달아 죽으려고도 했고 칼로팔의 동맥을 끊기도 했습니다. 내 몸을 학대하다 못해 집에서 기르는 개를 태길쳐서 죽이기도 했습니다. 되풀이되는 이렇듯 잔인한 행동은 스스로도 이해할 수가 없었고, 자제할 수도 없었습니다.
아내는 이러한 저를 구해보려고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보려고도 하고, 기도원에 보내려고도 했지만 저는 완강히 거부했습니다. 나중에는 부모님을 모셔다 함께 살며 나의 마음을 달래보려고도 했지만 부모, 형제 누구도 나를 설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 스스로도 사는 것이 너무 괴로웠습니다. 이럴수록 아내는 더 열심히 성당에 나가고 기도했지만 저는 주일미사마저 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집에서 구역미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아내가 아무리 권해도 듣지 않고 가게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때 신부님은 미국인 신부님이셨는데, 미사가 끝나고 나가시면서 가게에 앉아 있는 나에게『당신 돈 밖에 모르면 저주 받아요』한마디 던지고 가셨습니다. 저는 그날 밤 또 술을 잔뜩 마시고 방안에 있는 예수님의 고상과 사진을 모두 집어던져 버렸습니다.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가게 앞 큰 길에서 대형트럭의 급정거 소리가 요란스럽게 났습니다.
『사고가 났구나』생각하면서 얼른 뛰어나가 보았습니다. 어떤 사람이 차 밑에 들어가 어린애 하나를 끄집어냈습니다. 제 아들이었습니다. 정신이 아찔해진 저는 애를 받아 안고 길 건너에 있는 병원으로 뛰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차 밑에서 꺼내온 애였지만 바퀴에 치이지 않았기 때문에 큰 상처가 없었고 놀래서 잠시 혼절했었던 것뿐이었습니다. 저는 그 순간 내 탓임을 통절하게 느끼고 뉘우치면서 하느님께 용서를 빌었습니다. 처음으로 하느님이 두려워졌고 저의 행위에 대해 큰 죄의식을 느꼈습니다.
저는 가게를 처분하고 새로운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 뒤로 건축업, 조그만 식품공장 등 몇 가지 일을 해 보았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살고 있는 집을 은행에 저당 잡히고 꾼 돈으로 하려던 사업마저 사기꾼에게 걸려 잘못되고 말았습니다. 경매로 집이 넘어가고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된 저희식구는 처가에 얹혀살게 되었습니다.
실패가 거듭 될수록 돈에 대한 집념은 더욱 강해지고 안간 힘을 다해 재기해 보려고 애 썼지만 철저하게 꽉 막혀서 한가지도 되는 일이 없었습니다.「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는 속담 그대로였습니다.
모든 것이 뒤틀리고 안 되기 때문에 직장생활도 해 보았지만 역시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매사에 자신을 잃게 되였고「내 머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인간쓰레기가 되었구나 생각하니 삶의 의욕과 용기마저 잃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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