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어귀에는, 지금은 돌아가신 어느 신부님께서 심으셨다, 아주 큰 느티나무가 한그루 서있다. 지날 때마다 그 기품과 자태에 너그러운 마음을 먹게 되었고, 지난여름엔 아예 그 나무 밑에서 선풍기도 잊은 채 시원한여름을 지낼 수 있었다. 새벽부터 요란하게 지저귀는 온갖 새들이 깃들이는 안식처요, 바람과비를 막아주는 쉼터이자, 무더운 여름에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휴식처인 그 느티나무는 성당의 높은 종탑에서 내리쏘는 불빛을 받을때 훨씬 더 아릅답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신태인 성당의 명물인 그 느티나무를 자꾸 들먹이는 이유가있다면, 사랑스런 학생들의 모습이 그 느티나무를 볼 때마다 교차되기 때문이다. 초중ㆍ고 학생이라야 80명 정도지만, 보기 드물게 고운 심정을 가진 그들은 워낙 못생기긴(?)하였지만, 확실히 나에게 소중하고 자랑스런 보물들이다. 그들이 바르고 곧게 성숙하여 세상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사회의 안식처가 되고, 길 잃고 방황하는 이웃들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쳐주며, 특히 그리스도의 빛을 통하여 더 더욱 멀리까지 돋보이는 그러한 꿈나무로 자라주길 간절하게 희망하는 까닭이다.
『포도를 기대했는데 들 포도가 웬말인가?』라는 예언서의 귀절이 농부이신 하느님의 또 다른 음성이라고 본다면, 좋은 결실을 맺는 것은 우리의 소명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겨자씨 한 알은 무엇보다도 작은 것이지만, 그 씨앗이 자라면 그 어느 나무보다 크게 자라 온갖 새들이 깃들인다』는 성서의 표현은 미구에 각자의 직책과 터전에서 세상을 업고 나갈 우리 느티나무들을 두고 하는 말일게다.
오늘은 묘목진 그들이 훗날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되길 기도하는 나의 마음은 농부의 그것처럼 작고 소박한 것 일게다.『못생겨도 좋다. 씩씩하게만 자라다오』.나의 손은 어느새 예의 그 느티나무를 쓰다듬고 있고 나의입가엔 뿌듯한 미소가 피어난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이진구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전주 신태인본당주임 최상범 신부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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