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마음에 들지않는 친구나 동생들을 무시할 때 「코딱지 만한게 까불어!」하며 인상을 쓰고 맛있는 음식을 갖고있는 친구에게 아양을 떨며 「코딱지만큼만 줄래?」하고 사정하던 기억이있다.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을 표시할 때 왜 하필이면 코딱지 라는 말을 썼는지 아직도 모를 일이다.
교우들의 숫자가 적은 시골 성당에서는 코딱지만한 일이 있어도 교우들이나 신부들에겐 관심 거리이다. 교우들의 숫자가 적은 반면 도시 본당에서는 하기 어려운 가정방문이나 코딱지만한 모임에도 자주 참석하게 되는데 한번은 교우아내와 혼배성사 없이 동거중인 아저씨 한분이 성당에를 오셨다. 한분 일 망정 교우들과 같이 관심을 쏟고 반갑게 악수를 나누며 열심히 나오기를 권했으나 돌아가서는 두번다시 나오지를 않아 집을 방문하였다.
이른바 냉담 예비교우인 그분을 만나 『아저씨, 왜 한번 나오고 안 나오세요』하니 『기분 나빠서 못나가요』한다.『무슨 기분 나쁜일이 있으세요』하며 물어보니 그는 참으로 코딱지만한 오해를 하고 있었다.『거 모처럼 한번 가보니 기분이 나쁩니다. 신부는 혼자서 큰것 먹고 다른사람은 코딱지만한것 하나주고 우리 마누라는 그나마 코딱지 만한 것도 못얻어 먹읍디다』하는것이 아닌가! 별난 냉담사유도 다있구나 하는 생각에 속으로 웃음이 났지만 하기야 요즘 코딱지만한 일을 이유로 냉담한 교우들이 어디 하나 둘이랴 하며 자위를 했다.
신부 수녀 마음에 안든다고, 누구 보기싫다고, 춥다고, 덥다고, 비온다고, 눈온다고, 바쁘다고, 멀다고, 젖먹이가 있다고 등등, 코딱지만한 냉담사유를 어찌 다 적을수 있겠는가! 심지어 어떤부부는 부부싸움할 때 옛날엔 밥상이나 냄비 뚜껑이 날아가고 화장대를 치던 버릇이 요즘엔 십자가 성모상 성물 등을 내던지며 화를 내는 남편이 미워, 또 아내가 미워 못나온다는 부부도 적지않다. 왜 하필이면 십자가 성모상등 성물이 부부싸움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가!
어떤 냉담사유를 들으면서는 마음이 상해 속으로 욕도하고 중얼거려도 보지만 코딱지만한 일을 이유로 냉담한 사람때문에 속상해 하면 나마저 똑같은 코딱지 인생이 되는것 같아 애써 여유를 부려보기도 한다.
하느님을 믿겠다고 생각한 이들이 어느새 하느님의 뜻은 코딱지 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온갖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일들을 기준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 어디 우리 주변에 하나 둘일까! 마치 국민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봉사하겠다는 위정자들이 국민의 뜻은 코딱지 만큼도 생각않고 자기들의 출세 명예 치부만 생각하며 살아가기를 하나 둘이 아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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