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7일 한국 외방선교회와 안양 성 라자로 마을이 「영적 자매 결연식」을 갖고 새로운 공동체로 묶였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한다면 라자로 마을이 한국 외방선교회의 영적 후원자, 기도의 후원자가 됐다는 얘기다.
그동안 자매결연이란 말은 수 없이 듣고 또 보아왔지만 영적 자매결연이란 용어는 처음인듯 해서 어쩐지 생소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너 나 할 것 없이 물질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세대 속에서는 그 말 자체에서부터 상당히 신선한 느낌과 호감을 받게 된다.
영적 자매결연, 영적 후원은 물질적인 지원, 나눔의 차원이 아니라 정신적인 지원과 나눔을 의미함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부분의 자매결연이 물적 지원을 의미하던 과거와는 달리 최근들어 정신적인 교류에 보다 큰 가치를 두는 경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온전히 정신적인 교류, 기도의 동반자를 추구하는 영적인 나눔은 그리 흔한 일이 아니다.
음성 나환자촌인 라자로마을을 이루고 있는 환자들은 현실적으로 볼 때 오히려 도움의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사회와 이웃으로부터 소외당할 수 밖에 없는 처지의 사람들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들의 영적 후원은 일반적인 척도의 자로는 그 가치를 잴 수 없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겠다.
계속적으로 고통받아야할 처지의 환자들이 자기 아닌 남을 생각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와 희생을 봉헌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히 아름다울 수 밖에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물론 교회도 신자도 모두 현실적인 가치, 즉 물질적인 측면에 크게 집착하고 의존해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늘어나는 신자를 위한 성전건립에서부터 규모가 비대해진 살림살이가 우선 경제적인 문제에 집중하도록 부추겨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 속에서 물질적인 집착에 편중하고 있는 교회와 우리 자신의 모습을 점차 염려해 갈 수 밖에 없음은 너무나 자명하지 않은가.
따라서 고통 중에 있는 우리의 이웃, 라자로마을의 결단과 실천은 우리에게 정신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있다. 아울러 물질적인 추구에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고통을 삭이며, 또 승화시킨 기도의 힘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 분명하다. 온 세상을 두루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고자 탄생한 한국 외방선교회는 이제 무엇보다 든든한 정신적인 지주를 선물로 받은 셈이다.
기약없는 병마와의 싸움 속에서 기도의 삶을 살아가는 라자로 마을과 외롭고 고달픈 개척자의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한국 외방선교회의 영적만남이 보다 높은 것을 추구하는 한국교회의 모습으로 확산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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