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농사에 부지깽이라도 필요할 만큼 농민들은 모심기로 눈코 뜰새없이 바쁜 시기이다. 모심기로 시작하여 가을에 추수할 때까지 농민들은 육체적인 고달픈 생활의 연속으로 심신의 피로가 겹쳐 자칫 신앙생활에 태만해지기가 쉽다.
사람은 흔히 한가지 일에 바쁠 때에는 다른 일을 의식적으로 생각하기 싫어하거나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이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구실로 자기 정당화를 시도하려는 경향이 신앙생활에까지 파급되어서는 곤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농번기 농촌의 일손이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그 사정을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바쁜 농번기라 해서 최소한의 종교적 의무마저 외면하는 것은 신앙생활을 자기 편리한대로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불과 20여년 전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전만해도 주일에 일하기 위해서는「관면」을 받아야만 했다. 주일미사를 궐하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주일 미사 후 일하기 위해 신자들은 「관면」을 받는 일에도 열심이었다.
이제는 이같은 관면제도 없이도 얼마든지 주일에 일을 할 수 있게 되자 바쁘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나아가서는 여가를 즐기기 위해 주일미사를 궐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말 타면 경마 잡고 싶어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편해지면 더욱 편해지고 싶어하는 속성을 지녔음을 비유한 말일 것이다. 시간이 부족하고 육신이 피곤할수록 신앙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욱 필요하다고 본다.
농번기는 육체적으로 고달픈 시기이지만 동시에 노력한 만큼 풍성한 수확을 약속받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바쁘고 힘든 농번기일수록 영신적으로도 풍성한 은혜의 시기가 되도록 노력하는 적극적인 신앙인의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근년들어 농촌교회의 실상은 농번기 때 뿐아니라 농한기에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대화 산업화로 인한 농촌신자들의 도시유출로 인한 공소의 폐쇄내지는 방치사태, 이로 인한 경제적인 어려움과 전교 부진 등의 악순환을 반복하면서 농촌교회는 갈수록 활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교회는 농촌 신자들을 위해 지금까지 다각적으로 시도된 각종 사목적인 대책방안을 종합 분석하여 농번기뿐만 아니라 농촌 교회 활성화를 근원적으로 도모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농촌신자들이 주변여건에 여의치 않고 각자가 신자된 본분을 다하려는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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