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본당에 미사참례를 가서 효성여대에 다니는 자매를 만나면 학교일이 어떻게 잘 해결되어 가는지 묻는게 인사다. 그럴 때마다 자매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비신자 친구들에게 가톨릭신자라고 말하기에는 창피하고, 또 문제가 해결될 조짐도 안보이고 정말 요즘 같아선 신앙이 뭔지 학교엔 왜 다니는지 깊은 회의가 생긴다고 말한다. 인사는 4월 20일부터 6월초까지 계속되었다. 옆에서 무력하게 지켜보는 나 자신도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효대문제는 총학생회가 학내의 비교육적이고 비민주적인 제반 모순과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 보고자 애쓰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요구를 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학생들의 요구는 학교 측의 독선과 권위주의로 묵살되었다. 이에 학생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 지지않자 중간고사 거부로, 수업 거부로 계속되어오다가 급기야 학교측은 지난 5월 1일 총학생장 이하 19명<제적 7ㆍ무기정학 9ㆍ유기정학 1ㆍ근신 1>을 한꺼번에 징계하면서 사태를 해결하려고 했다.
학생들은 정치적 문제를 내건 것도 아니고 단지 자기가 아끼는 학교의 성숙을 위하여 학교내 제반모순과 부조리를 척결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학교측은 학생들의 요구를 진지하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제반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조금도 하지 않은채 몇몇 학생을 제적시킴으로써 문제를 해결하려 하였다.
명색이 성교회의 인류구원사업에 이바지하고 가톨릭적인 교육이념에 입각하여 성모마리아의 덕성을 본받아. 여성의 인격향상을 도모한다는 창립목적을 가진 교육재단에서 작년의 5명 제적에 이어 올해도 엄청난 징계를 무자비하게 단행했다.
진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할 학교 측이 오히려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제적을 너무도 쉽게 단행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가톨릭 교육이념을 구현한다는 효성여대에서 말이다. 학생들은 40일 이상이나 계속되는 땡별 아래서 외침과 밤을 지새우면서까지 항의, 농성하였으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징계만 하고 심지어는 인부들을 동원하여 여학생을 구타까지 했다. 거기다가 경찰도 불러들였다.
예수께서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실까?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있는 형제 중에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란 가난하고 병들고 억압받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뜻하고 하느님은 그들의 외침을 가장 귀담아 들으시고 가슴 아파 하셨으며 언제나 인간의 존엄성을 심하게 박탈당해 버린 이들 편에 서서 행동하셨다.
또한 예수께서는 온갖 종류의 무사안일과 나태, 쾌락, 불의를 거부하고 맑은 시선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복음을 생활화하려는 노력을 늦추지 말라고 촉구하시고 격려하신다. 효대 총학생회의 학교에 대한 애정과 진실에 대한 열정과 옳음에 대한 용기를 성급하게 잘라버린 학교측의 처사에 교회 안에서 희망의 징표를 발견하고자 애쓰는 젊은 신앙인으로서 분노와 가슴 답답함과 실망을 느낀다. 학교유지재단인 대구대교구의 효대사태에 대한 무관심한 소극적 태도와 한국교회 유일의 가톨릭 신문에 교회 공동체의 일부인 효대사태에 대해 보도 한줄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분노한다.
효대생들은 학내의 모든 가슴 아픈 사태는 모두가 총장님의 장기적이고 독선적인 학교운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으로 학교당국과 교회가 효대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해 나가는지를 지켜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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